
완성차 부품·소재 대란으로 세계 자동차 판매량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전기차·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 판매는 급증하고 있다. 반면 '클린 디젤'로 인기를 누렸던 경유차(디젤) 판매는 전성기의 절반 이하로 줄었다. '친환경'의 허울, 요소수 대란이 더해진 결과다.
11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10월 등록된 신차 중 디젤차 점유율은 16.5%인 것으로 나타났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가 관련 집계를 시작한 2012년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반면 친환경차 판매는 크게 늘었다. 지난 10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HEV·PHEV)의 점유율은 각각 8.9%, 15.7%를 기록했다. 친환경차 합산 시장 점유율은 24.6%로 완성차 판매 4대 중 1대는 친환경차가 채운 셈이다.
파워트레인 종류별로 보면 전기차의 판매 증대가 눈에 띈다. 지난해 순수전기차 총 판매 대수는 4만6677대(월 평균 3889대)를 기록했지만 올해 1~10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7만9883대(월 평균 7988대)로 크게 늘었다.
올해 누적 판매량은 작년 연간 판매량 대비 71% 많은 수준이고, 월 판매량을 비교하면 작년 대비 105.4% 많다.
차종별로는 현대차 아이오닉5가 누적 판매 1만8304대를 기록하며 국산·수입 전기차 판매 1위에 올랐고, 뒤를 이어 현대차 포터2 일렉트릭(1만2870대), 기아 봉고3 EV(8587대), 테슬라 모델Y(8465대), 테슬라 모델3(7784대)가 뒤를 이었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현재와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올해 연말 전기차 누적 판매는 1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2013~2020년(3월)까지 8년여간 등록된 신차 대수(10만456대)를 올해 한 해에 달성하는 비약적 성장이다.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등록된 신차는 총 17만3366대로 월 평균 판매 1만4447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10월 누적 판매는 15만2326대로 월 평균 판매량은 1만5232대다. 월간 판매량으로 비교하면 작년 대비 5.4% 많다.
현대차는 쏘나타, 그랜저, 투싼, 싼타페, 코나 등 볼륨 모델의 주력 라인업으로 하이브리드를 선택했고, 기아 역시 K5, K8, 스포티지, 쏘렌토 하이브리드를 출시하며 경유차의 자리를 대체했다.

전기차·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 판매가 급증하면서 디젤차량 수요는 크게 줄었다. 한때(2015년) 전체 완성차 시장의 50%를 차지했지만, 올해 10월에는 시장 점유율 16.5%를 기록하며, 역대 최저 실적을 냈다.
이같은 실적은 수입차 브랜드들을 비롯해 현대차, 기아가 디젤 라인업을 크게 줄인 것이 반영됐다.
현대차는 지난 10월, 제네시스 G70, G80 두 개 모델의 디젤차 생산을 중단했다. 두 모델은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 등 현대자동차그룹 브랜드들이 만든 마지막 디젤 세단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쏘나타·그랜저·i30 등 3개 세단의 디젤 모델 생산을 2018년 중단한 바 있다. 기아 역시 K5(2019년 단종), K7(2020년), 스팅어(2020년) 등을 단종시키며 디젤 세단의 종식을 알렸다.
이 외에도 쌍용차 티볼리, 현대차 코나, 쉐보레 트랙스, 르노 캡쳐 등 소형 SUV들도 디젤 신차 생산을 중단하면서 디젤 완성차 판매가 크게 줄었다.
수입 브랜드들 역시 배출가스 불법조작 사태(디젤게이트)가 잇따르면서 디젤차 판매를 줄여오고 있다.
국내 불법조작 적발 사례를 살펴보면 △2015년 아우디·폭스바겐 △2016년 닛산 △2018년 아우디·포르쉐·스텔란티스(FCA) △2020년 벤츠, 닛산, 포르쉐가 적발되며, 일부 차량들의 환경부 인증이 취소됐다. 벤츠와 스텔란티스(FCA)는 최근에도 배출가스 불법 조작이 확인되면서 디젤차에 대한 신뢰는 다시 도마에 올랐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잇따르는 배출가스 불법 조작 사태로 소비자의 신뢰를 잃고 있고 요소수 부족 사태 등이 더해지면서 디젤 차량은 소비자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