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값 하락 조짐이 또 나왔다. 지난달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둔화한 데 이어 빌라 가격 상승폭도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이 주춤하는 동시에 거래도 뜸해지면서 집값 하락 가능성은 더 커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아파트 거래량을 뛰어 넘으면서 가격 급등세를 기록한 빌라 가격이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KB부동산 통계를 보면 11월 서울 연립주택(빌라) 매매가격은 전달 대비 0.35% 상승에 그쳤다. 서울 연립주택 매매값 상승률은 지난 7월 0.63%를 기록한 이후 △8월 0.73% △9월 1.42% △10월 1.43%로 직전달까지 급격한 상승세를 보였다. 10월 기준으로는 아파트 상승률(1.05%)을 뛰어넘기도 했지만, 한 달 새 1%포인트가량이 빠진 셈이다.
매매건수와 가격 상승을 기록하던 빌라 시장이 주춤해진 건 최근 상승폭이 줄어든 아파트처럼 가격 조정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은 "가격이 단기간에 급등한 이후 매도와 매수 호가 간 조정기를 거치고 있는 것"이라며 "시장 변동성에 취약한 빌라의 경우, 가격 조정이 아파트 대비 크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빌라 시장은 가격급등세와 동시에 높은 매매 건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국부동산원의 주택유형별 매매 통계(신고일 기준)를 보면 올해 1∼9월 서울의 빌라 매매건수는 총 5만1708건으로 같은 기간 전체 주택 매매건수(10만4492건)의 49.5%를 차지했다. 지난 2006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다만, 정부는 최근 매매상승률 둔화, 매매수급지수 하락 등 객관적 지표를 바탕으로 집값이 조정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집값 고점론에도 힘을 싣고 있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현재 시장의 객관적인 지표와 전망을 보면 하방 압력이 굉장히 강하다"며 "집값이 확실히 조정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집값 상승 전망도 꺾이고 있다. 부동산R114가 지난 10~24일간 전국 131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내년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응답은 48%로 집계됐다. 이어 '보합 전망'이 38% '하락 전망'이 14%로 각각 집계됐다.
앞서 올해 5~6월 중 실시한 같은 조사에서는 오를 것이라는 응답이 62%를 차지했다. 반년 새 부동산 상승 전망이 절반 이하로 축소된 것이다.
매매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 응답자의 경우 절반(50.26%)이 '대출 규제에 따른 매수세 약화와 대출 금리 인상 가능성'을 주요 이유로 답했다. '가격 부담에 따른 거래량 부족(14.44%)' '경기 침체 가능성(12.30%)' '세금 부담으로 인한 매물 증가(11.23%)' 등의 응답이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