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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상반기에도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물가를 잡기 위한 각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이동 제한조치는 재화소비를 늘린 반면 상품 공급의 지연으로 작용하면서 각국 중앙은행들은 물가상승세에 대응해 정책금리 인상 및 자산매입 축소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은행은 9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물가 오름세가 당초 예상보다 장기화되면서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최근 물가상승은 과거에 나타나지 않았던 공급병목과 기후변화가 글로벌 물가압력을 추가로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의 방역조치 등으로 서비스 소비가 제약되면서 소비 수요가 재화에 집중된 반면 공급 측면에서는 감염 위험에 따른 공장 폐쇄, 노동공급 부족 등으로 생산과 물류가 지연되며 공급병목이 발생했다.

잦아진 기상이변이 곡물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친환경 산업에 대한 투자 확대로 구리, 니켈 등 관련 원자재가격이 급등한 것도 글로벌 물가 상승세를 부추기고 있다.

내년에도 주요국의 유휴생산능력이 상당부분 줄어들면서 수요측 물가상승 압력이 확대되고 국제 원자재가격도 추세적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여 기업의 비용 부담은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급병목 현상을 유발한 요인이 여전한데다 최근 계절적 수요 증가 등으로 글로벌 공급병목 현상 완화 전망 시점이 늦춰지고 있으며 주요국의 임금 오름세 확대와 코로나19 이후 급등한 주택가격도 물가 상승률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화 등 구조적 저물가 요인들이 약화되는 가운데 기후변화 및 저탄소·친환경 경제로의 전환은 장기적인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친환경 산업에 대한 투자가 이와 관련된 원자재 수요를 증대시키고 고탄소 배출 산업에서는 탄소세 부과 등이 동 산업의 생산비용을 증대시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경제의 무역 의존도가 증대됨에 따라 글로벌 물가가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확대되는 추세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율과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동조화 현상이 크게 강화되는 모습이며 계량모형을 통해 분석해 보더라도 글로벌 물가 1%p 상승의 국내 물가 영향은 2000~2007년중 0.1%p에서 2010~2021년중 0.26%p로 높아지는 등 유의성이 강화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글로벌 물가의 국내 물가 영향이 확대되는 가운데 높은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당초 예상보다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수요 및 비용, 공급병목, 기후변화 등 최근의 높은 글로벌 인플레이션율에 주된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는 요인들의 흐름 변화 여부와 동 변화가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점검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주요국 중앙은행 및 국제금융기관 등은 물가상승 압력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제기하며 물가 전망치를 상향조정하고 있다.

제롬 파월(Jerome Powell)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지난 9월 29일 개최된 ECB 포럼에서 예상보다 물가상승 압력이 오래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발언한데 이어 최근에는 '일시적(Transitory)'라는 단어를 공식적으로 제외한다고 밝히며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물가상승을 억제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30일 상원 은행위원회에 출석한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 지속 위험이 증대됐다고 지적하며 경기회복 기조 및 높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감안해 12월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자산매입축소(Tapering)를 수개월 일찍 종료하는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물가도 소비수요 회복세 강화와 글로벌 공급병목 현상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 영향으로 물가목표수준인 2%를 상당폭 상회하고 있다. 지난 10월 3.2%를 기록한 물가상승률은 11월 들어 3.7%로 더 높아지며 인플레이션 우려가 가중되는 상황이다.

인플레이션 우려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주요국들의 정책금리 인상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8월에 이어 11월에도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했으며 캐나다, 뉴질랜드, 노르웨이, 호주도 자산매입 축소 및 정책금리 인상을 시작했다.

영국 영란은행은 지난달 통화정책회의에서 높은 물가오름세에 대응해 수개월 내 정책금리 인상이 필요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앞으로도 주요국의 통화정책 정상화는 각국의 경제여건에 맞춰 진행되면서 국내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 지속 등에 따라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경우 금융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므로 관련 리스크요인을 주의 깊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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