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는 기업공개(IPO)는 사상 최대 공모를 기록한 역사적인 한 해 였다. 연말은 증시 부진과 대형 공모주 부재로 시장이 숨 고르기에 들어갔지만 2022년에는 연초부터 초대어급 IPO가 출격하면서 공모주 투자심리가 되살아날 전망이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이 지난 10일 코스피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금융위원회에 제출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번 공모 과정에서 총 1600만주를 공모한다. 희망 공모가 범위는 5만7900원부터 7만5700원이다.
당초 목표 대비 공모가 밴드는 다소 현실화했다. 회사 측은 상장 후 거래 활성화를 위한 적절한 유통 물량 확보와 안정적인 주가를 고려해 공모 구조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IPO 시장을 이끈 건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 SK바이오사이언스, 크래프톤 등 플랫폼 기업이나 미래가치가 높은 기업들이었다. 오랜만에 건설업종이 증시에 등판했지만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크게 인기있는 업종은 아니라는 점에서 공모가를 시장 친화적으로 산정하는게 합리적이라는 평가다.
희망 공모가 밴드로 계산한 현대엔지니어링의 예상 시가총액은 4조6300억원에서 6조500억원이다. 당초 시총을 최대 10조원까지도 내다봤지만 대폭 낮아졌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내년 1월 25일부터 1월 26일까지 수요예측을 진행해 공모가를 최종 확정한다. 2월 3일과 4일 일반 청약을 접수하고 2월 내 상장 예정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상장 이후 업종 내 1위까지 노려볼 수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주가가 희망 밴드 상단 이상에서 거래되면 시가총액으로 모회사인 현대건설을 뛰어 넘을 것으로 보인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쟁사 시가총액이 2021년 12월 10일 종가 기준으로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건설 업종 내 시가총액 2위 혹은 1위를 기록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으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도 가속화할 전망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의 2대주주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보유 중인 현대엔지니어링 주식 60%를 팔아 최대 4044억원을 확보한다. 지분율은 11.72%에서 4.45%로 줄어든다.
정 회장은 확보한 자금으로 현대모비스 지분을 사들일 가능성이 크다. 현대모비스는 지배구조 개편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큰 기업으로 여겨져 왔다.
LG에너지솔루션은 IPO 역사상 최대 공모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7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내년 1월 말 코스피 상장을 목표로 한다.
LG에너지솔루션의 공모 규모는 10조9225억~12조7500억원으로 지금까지 최대 IPO였던 2010년 삼성생명의 4조8881억원을 크게 웃도는 규모다.
희망 공모가격 범위는 25만7000~30만원이다. 희망 공모가 기준 LG에너지솔루션의 시가총액은 최대 70조2000억원으로 코스피 시총 2위인 SK하이닉스를 추월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모회사인 LG화학은 이번 상장 과정에서 구주 매출을 통해 최대 2조5000억원을 조달할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12월 설립된 2차전지 제조업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6월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하며 올해 하반기 상장이 유력했지만 자사 배터리가 탑재된 GM(제너럴모터스) 리콜 이슈에 발목이 잡혀 예비심사 일정이 3개월 가량 연기됐다.
이후 3분기 실적 보고서를 제출하며 리콜 관련 충당금 규모가 확정됐고 거래소 유가시장본부가 심사를 재개하면서 상장 추진이 정상화됐다.
내년에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 SSG닷컴, 현대오일뱅크 상장도 예정돼 있다. 이들 역시 10조원 안팎의 기업가치가 기대되는 공모주다. 이밖에 컬리(약 5조원)를 비롯해 CJ올리브영(약 3조원), 교보생명(약 3조원), SK쉴더스 등도 내년 IPO 기대주 들인 만큼 바통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