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대재해법의 처벌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다.ⓒ연합

HDC현대산업개발의 광주 아파트 신축 건설 현장 붕괴 사고로 건설업계 등이 주장해 온 중대재해처벌법 완화 요구가 명분을 잃었다.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는 게 중대재해처벌법의 핵심 골자다. 오는 27일 시행된다.

13일 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건설업계에서는 처벌 규정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하지만 광주 사고로 인해 처벌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주노총 광주본부는 성명을 내고 "이번 사고는 생명과 안전보다 HDC현산의 이윤 창출과 관리감독을 책임져야 할 관계기관의 안전불감증이 빚어낸 제2의 학동참사"라며 "재해 발생 시 원청 경영책임자 처벌이 가능하도록 중대재해처벌법을 즉각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학동 참사 직후 정부와 광주시, HDC현산은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한다고 호언장담했으나 과연 무슨 대책을 수립했는지 묻고 싶다"며 "건설 현장의 발주와 설계, 감리, 원청, 협력업체 등 건설 현장 전반에서 각각의 책임과 역할을 분명히 하는 건설안전특별법도 제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경제정의실천연합은 "건설사는 마감 작업의 편리성 때문에 노동자의 안전과 건설 현장의 안전은 모르쇠다. 특히 수십 년간 선분양 허용으로 짓지도 않은 아파트를 분양한 건설사에 중요한 것은 공사 기간 단축으로 인한 이윤 추구"라고 꼬집었다.

이어 "11월 입주 시기를 맞추기 위해 겨울철 한파에 무리하게 콘크리트 타설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지난해 6월 광주 학동 재개발 참사로 불법다단계 하도급, 감리부실, 공무원의 관리·감독 부실 등의 문제가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국토부가 땜질식 방지책으로 일관하며 제2의 참사를 초래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회도 처벌 강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과 건설안전특별법 외에 건설 현장의 안전관리 규제를 강화하는 입법도 추진 중이다.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지방자치단체별 산업안전지도관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은 '산업안전보건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 아닌 소규모 건설 현장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 중대재해처벌법에서는 50억원 미만 규모 건설 현장과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2024년 1월까지 법 적용을 유예하고 있다. 개정안은 지자체별로 산업안전지도관을 도입해 대부분 산업 현장에서 안전조치를 준수하는지 감독한다. 법 위반 사항이 신고되면 현장 확인부터 사후 처리까지 고용노동부에 통보하도록 만들었다.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발의한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안은 안전 관리 의무 소홀로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 시공사에 1년 이하 영업정지를 내리거나 해당 사업 부문 매출액의 최고 3%를 과징금으로 환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은 산업재해 예방 효과를 높이도록 안전관리전문기관 역할을 확대하고, 의무 사항과 연계된 벌칙 규정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개정안에서는 사업주가 안전조치 사항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 안전관리전문기관이 노동부 장관에게 보고하고, 노동자가 보호구를 착용하지 않거나 안전조치를 준수하지 않으면 해당 노동자에게 작업 중지 조치를 할 것을 관리감독자에게 지도하도록 했다. 또 노동자가 보호구를 직접 구입한 경우에는 사용자가 보호구 구입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해야 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번 사고가 중대재해법 시행을 촉구하도록 여론을 더 확산시키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며 "법 기본 취지를 살리면서 업계 현실과 맞춰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오후 3시 46분쯤 HDC현산이 광주 서구 화정동 일대에 시공 중인 '광주 화정 아이파크' 공사 현장에선 39층 옥상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하던 중 23~28층 바깥벽과 구조물이 무너졌다. 이 사고로 작업자 1명이 경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현재 6명은 실종 상태다. 차량 10여대는 매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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