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임 대장주 크래프톤의 주가가 연일 신저가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상장 당시 공모가가 49만8000원이었던 데다 지난해 주가가 최고 58만원대를 웃돌았던 것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크래프톤은 상장 당시 시가총액 규모가 24조4000억원으로 엔씨소프트와 넷마블 등 국내 대형 게임사를 제치고 게임 대장주에 오르는 데 성공했지만 현재는 연일 우울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반면 지난해 불매운동 등 악재로 주가가 연일 하락한 바 있던 엔씨소프트는 '리니지W' 실적으로 만회할 수 있을지 기회를 엿보고 있다.
26일 게임·증권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크래프톤의 주가는 28만9500원 이하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25일 종가 29만1000원으로 마감하며 30만원(전일 종가)선까지 붕괴된 데 이어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 기준 크래프톤의 시가총액은 13조9801억원이다. 지난해 8월 상장(공모가 기준) 24조4000억원 대비 시총이 42% 감소하며 반토막에 가까운 수준이 됐다.
업계는 게임 대장주의 연이은 주가 하락으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게임사 최대 시총 엔씨소프트의 주가 하락에 이어 현 대장주 크래프톤이 새해부터 고전하고 있어서다.
크래프톤은 상장 당시 국내 게임사로서는 처음으로 시총 20조원 규모를 넘어서며 주목받았다. 엔씨소프트의 17조3200억원, 넷마블의 11조7300억원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이날 기준 크래프톤(13조9801억원)과 엔씨소프트(12조4040억원)의 시총 차이는 1조5700억원 대로 좁혀졌다.
당시 업계에는 크래프톤이 글로벌 흥행 지식재산(IP)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과도하게 고평가됐다는 우려도 공존했다. 대표 IP '배틀그라운드'에 대한 높은 의존성으로 '원히트 원더'라는 우려에서 벗어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상장 전 크래프톤이 제출한 증권신고서에더 비교 대상 기업으로 글로벌 콘텐츠 기업 '월트디즈니'를 지목한 것도 고평가 이유로 꼽혔다.
이와 관련해 크래프톤은 본업인 '게임'이라는 미디어를 중심으로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를 확장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은 바 있다.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은 지난해 7월 진행한 상장 후 계획 및 중장기적 성장 계획 기자간담회에서 "크래프톤이 영화는 잘 만드냐, 애니메이션을 잘 만드냐는 질문에는 물음표를 가질 수밖에 없다"면서도 "크래프톤은 게임이라는 강력한 미디어 중심으로 다양한 미디어로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면서 배틀그라운드를 이을 새 지식재산(IP) '눈물을 마시는 새' 작업 현황도 공개했다. 크래프톤은 판타지 소설 원작 '눈물을 마시는 새'를 시각적으로 변환하는 '비주얼 바이블' 작업을 진행 중으로, 향후 이를 미디어 콘텐츠로 선보일 계획이다.
지난 25일 크래프톤의 주가가 30만원선까지 붕괴되자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은 '책임감'을 언급하며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우리사주를 받은 직원들의 손실이 발생하면서 사내 분위기가 급격히 어두워진 것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업계에 따르면 크래프톤 주가 하락에 크래프톤 우리사주 평가액은 지난 25일 종가(29만1000원) 기준 1인당 7682만원으로 줄었다. 크래프톤이 공시한 증권발행실적보고서 기준 우리사주조합은 총 35만1525주를 공모가 49만8000원으로 배정받은 것을 볼 때 공모가 대비 1인당 손실 금액은 평균 5465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한국증권금융을 통해 우리사주 취득자금 대출을 받은 크래프톤 직원의 경우 약관에 따라 주가 하락으로 담보 비율을 유지하지 못하면 주식 반대매매 위기에 놓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우려는 더 커졌다.
장 의장은 사내 불안감이 고조되자 25일 오후 사내 게시판에 '우리사주를 가진 구성원들에게'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우리사주 참여는 개개인의 결정이기에 제가 혹은 회사가 무한 책임을 질 수는 없다"면서도 "다만 우리사주로 돈을 벌면 좋겠고, 무엇보다 경영진의 일원으로 책임감을 무겁게 느낀다"고 말했다.
장 의장은 주가 하락 요인으로 지난해 11월 출시한 '배그: 뉴스테이트'의 출시 초기 저조한 실적, 글로벌 유동성 축소 등을 꼽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부분유료화(F2P) 게임 중 라이브 서비스를 통해 상승 모멘텀이 있다며 낙관적 전망을 내놨다.
그는 또 "회사 가치를 올리는 일은 지금까지 해왔던 일이다. '앞으로도 자신 있다'는 말에 책임질 수 있다"며 "자본시장이 단순하지는 않다. 단편적인 말들에 흔들리지 않고, 여러 측면을 고민 또는 실행하는 경영진을 믿어달라"고 우리사주 보유 직원들 달래기에 나섰다.
다만 장 의장의 글에 구체적 조치는 없다는 지적에 이날 오후 크래프톤은 회사 차원에서의 조치 방안도 발표했다. 우리사주 취득 시 한국증권금융을 통해 대출 받은 구성원을 위해 신규 예수금을 납입해 추가 담보를 제공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크래프톤 측은 "회사의 장기적 미래 가치를 보고 투자한 구성원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크래프톤은 신규 게임 개발, 신규 사업 확장 등을 통해 회사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다만 추가로 제공하는 담보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는 일반 주주를 위한 주가 부양 대책이 아닌 우리사주조합원에 대한 보호 조치로, 일반 주주들의 원성은 여전하다. 업계는 크래프톤이 향후 계획 등 분위기를 쇄신할 대책을 내놓을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주가 하락으로 고심했던 엔씨소프트도 이날 주가가 최저 수준인 56만5000원을 기록하면서 게임 대장주 수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8월 출시한 대형 신작 '블레이드 & 소울2'의 기대 이하의 성적으로 주가가 연일 하락한 바 있다. 지난해 1월 최고 주가 104만8000원에서 10월에는 최저 수준인 55만5000원으로 1년 사이에 47% 감소하며 고전했다.
다만 '리니지W'를 비롯한 실적 개선이 되면 분위기는 전환될 것이라는 분위기도 있다.
하지만 모바일·PC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리니지W가 지난해 11월 출시된 이후 분위기는 국내 모바일 게임 매출 순위 1위를 유지하며 흥행 성적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크래프톤은 조만간 연간 신작 등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을 예정이다. 먼저 연내 신작은 모바일, 콘솔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3종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먼저 상반기 출시될 예정인 신작은 크래프톤의 독립 스튜디오 라이징윙스의 '헌팅킹'이다. 또 하반기에는 자회사 스트라이킹디스턴스의 개발작 '칼리스토프로토콜'과 지난해 말 인수한 미국 개발사 언노운월즈가 개발 중인 신작이 출시될 예정이다.
또 블록체인,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 관련 사업을 준비 중으로 현재 관련 인력을 충원 중이기도 하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배틀그라운드 IP에서 벗어난 다양한 신작을 출시할 것"이라며 "조만간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