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임박 관측에 국내 산업계도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장 수출은 물론 유가·천연가스·석탄·광물 등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공급망 대란 우려와 수급 불안에 비상이 걸렸다.
15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이번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유가를 포함한 에너지 가격 급등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러시아는 주요 원유 생산국이자 세계 1위 천연가스 수출국이다. 전쟁 발발 시 전반적인 에너지 가격 상승을 예견하는 이유다.
이미 지정학적 불안정성으로 국제유가는 배럴당 90달러를 웃돌면서 7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바 있다. 일각에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국제유가는 배럴당 120달러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레 나온다.
이처럼 에너지가격 급등은 항공·철강·석유화학·반도체에 영향을 줘 국내 기업의 수익성 악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게 산업계 공통된 시각이다.
항공업계의 경우 원료비 지출 부담이 늘게 되며 석유화학업계도 원재료 상승 압박이 가중될 수 있다.
유가 급등락에 민감한 정유업계도 유가 변동에 따른 불확실성을 우려하고 있다. 유가 급등 시 단기적으로는 재고 관련 이익이 커지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도 비상이다. 반도체 생산에 필수인 희귀가스 네온(Ne)의 90% 이상을 우크라이나에서, 팔라듐의 35%를 러시아에서 들여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정보시스템에 의하면 지난해 한국이 수입한 네온 가운데 우크라이나산(産)의 비중은 23%였다. 66.6%인 중국에 이어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적지 않은 비중이다. 2020년엔 우크라이나 수입 비중이 52.5%로 가장 높았다.
현재 정부는 TF를 열고 상황 점검에 총력을 쏟고 있다. 산업부는 지난달 26일 업계와 ‘제18차 산업안보TF 회의’를 열고 전반적인 공급망에서의 수급 상황을 살펴봤으며 지난 9일에도 ‘에너지·자원 수급관리 TF 제12차 회의’를 열어 비상시 석유수급 대응계획을 점검한 바 있다.
전쟁 발발 시 에너지·원자재값 등으로 이미 적자로 돌아선 무역 상황이 더욱 심각해 질 것이한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12월 적자로 돌아선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올 들어 적자폭이 더 커졌다. 지난달 무역 적자는 월 기준 역대 두 번째 높은 수준이다. 이달 들어서도 벌써 35억 달러 적자를 기록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수출 증가율은 점점 둔화되고 있는 반면 원유·가스·석탄 등 에너지 값은 나날이 치솟으면서 수입액이 커진 탓"이라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행할 경우 이 같은 흐름은 더욱 가속화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