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남권 재건축 사업 물꼬가 트이면서 지역별 집값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연합

서울시가 강남의 대표적 재건축 아파트 중 한 곳인 잠실5단지 재건축 정비계획안을 통과시키면서 재건축·정비사업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지역별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전망한다.

이번 정비계획안이 통과되면서 잠실 외 다른 강남권 지역 재건축도 속도를 낼 전망이 나오면서 신고가를 기록하는 상황이지만 강북권에 일부 2차 공공재개발 보류 사업지들은 1년째 불안에 떨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이번 정비계획안 통과는 강남권 재건축에 물꼬가 트이면서 해당 지역 아파트 매매거래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재건축업계에서는 잠실5단지를 시작으로 압구정, 여의도, 대치동 등 재건축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성보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잠실5단지는 주요 재건축 단지 중 사업 정상화가 처음으로 가시화되는 사례"라고 말하기도 했다.

강남 지역 재건축 단지에서는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압구정동 압구정 현대1차 전용 196.21㎡(64평)가 지난달 18일 80억원에 실거래 된 것으로 확인됐다. 직전 거래 가격 대비 한방에 16억원이 뛴 것이다. 지난해 4월 압구정 7차 80평대가 80억원을 찍어 화제를 모은 적이 있는데 이번엔 이보다 작은 평수에서 80억원 거래가 나온 것이다.

강남구 개포동 현대2차 전용 84㎡는 지난달 15일 이전 거래보다 1억2000만원 상승한 27억2000만원에 매매됐다. 현대2차는 현재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신청을 위한 소유자 동의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진 단지다.

강남구의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전반적으로 오르는 추세다. 부동산R114가 집계한 강남구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지난주에 전주보다 0.16%나 올랐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정책들이 맞물리는 것을 시장에서는 재건축 단지에 대한 호재로 읽고 있다"며 "공급활성화도 대선 공약으로 나오고 있는 만큼 대선 이후에도 재건축 단지에 대한 상승분위기는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재개발·재건축 추진이 답보 상태인 일부 지역은 잔뜩 움츠러든 모양새다. 이달 말 2차 공공재개발 후보지 공모 마감을 앞두고 일부 '보류' 사업지들이 그 대상이다. 지난해 3월 보류 발표 이후 거의 1년간 발이 묶인 터라 2차에서도 탈락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3월29일 총 16곳의 후보지를 선정하면서 △도림26-21 △신길16 △신길밤동산 △번동148 △용두3 △대흥5 △아현1 △하왕십리 등 총 8곳은 사업성 한계 및 주민 반대 등에 따라 재검토를 전제로 결정을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보류 사업지에 대한 심사가 조속히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서울시가 2차 공모까지 재심사를 미루면서 이들 지역이 거의 1년째 발이 묶인 상태로 애를 먹고 있다.

보류 지역 사업장 관계자는 "공공재개발 보류지역이라는 제한 때문에 신속통합기획 등 다른 사업 추진 기회도 놓친 상황이라 후보지 선정만을 바라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들 보류 사업지 조합원들은 2차 공모에서 '재심사'만 받으면 후보지로 선정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다. 그러나 1차 때보다 2차 공모의 심사 문턱이 높아진 점 등도 걱정이다.

1차 공모 때는 주민 동의 10%만 받으면 후보지 공모에 신청할 수 있었지만 2차 때는 20%포인트 높은 30%로 지원 요건을 높였다. 또 2차는 1차와 달리 '정량지표'를 사용해 후보지를 선정하는데 주민 반발이 크거나 신축 주택 비율이 높으면 감점을 받아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려울 수 있다.

상반된 분위기는 매매가 상승률에서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서울 주택 매매가격이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강북권에서 유독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강북14개구 중 용산구는 리모델링 호재 있는 단지 위주로 상승했으나 폭은 축소됐다. 노원(-0.08%)과 은평(-0.05%), 성북구(-0.04%)는 중저가 위주로 매물 적체되고 급매물 위주로 간헐적 거래되며 하락 전환했다.

반면 서울 강남11개구 중 서초구(0.12%)는 정비사업 진척 기대감 있는 재건축 위주로 송파구(0.09%)는 잠실동 위주로 상승했다. 강남구(0.07%)는 일부 중대형 평형 위주로 증가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서울 아파트값 하방 압력에도 재건축·재개발 아파트 기대감은 여전하다"며 "3월 대선 이후 규제 완화에 따른 사업 추진에 지역별 가격 전망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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