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1.25%로 동결하면서 시중은행 대출금리가 받을 영향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번 동결로 '기준금리 세 차례 연속 인상'은 피하게 되면서 대출금리 상승세도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 금리에 바로 영향을 주는 은행채 금리는 이미 많이 오른 상황이라 차주들의 이자 부담은 여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24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현재 연 1.25%인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금통위는 지난 2020년 3월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경기 침체가 예상되자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p 낮췄고(1.25%→0.75%) 같은 해 5월 추가 인하(0.75%→0.50%)를 통해 제로금리 시대를 열었다.
기준금리는 이후 아홉 번의 동결을 거쳐 15개월 만인 지난해 8월 0.25%p 인상됐다. 이어 11월과 올해 1월에 0.25%p씩 두 차례 잇따라 상향 조정되면서 1.25%까지 올랐다.
이번 기준금리 동결은 연일 사상 최대 확진자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코로나19 상황과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경기가 불안정한 것을 감안한 조치로 해석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을 통한 유동성 회수는 불가피한 상황"이라면서도 "다만 기준금리를 연달아 올리면 시장금리를 자극하고 가계나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결정으로 시중은행의 대출금리가 받을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일단 기준금리가 현 1.25% 수준에 묶이면서 대출금리가 한 두달 새 급격하게 오를 가능성은 낮아졌다.
다만 주담대나 신용대출 금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은행채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이미 많이 오른 상황이라 차주들이 느끼는 이자 부담은 여전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고정형 주담대 금리의 지표가 되는 5년 만기 은행채 금리는 연 2.799%로 나타났다. 연초에 2.338%였던 것과 비교하면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0.46%p 오른 셈이다.
이에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5년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현재 3.982~5.75% 수준으로 연초(3.6~4.978%) 대비 상단이 0.772%p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1년 동안 오른 폭(0.788%p)과 맞먹는 수준이다.
신용대출 금리 지표인 은행채 6개월물과 1년물 금리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3일 기준 은행채 6개월물 금리는 연 1.624%로 연초 대비 약 0.03%p 올랐고 같은 기간 1년물 금리는 연 1.954%로 0.23%p 상승했다.
이에 연동한 신용대출 금리는 지난 1월 기준 최저 연 4%대 수준으로, 지난해 12월(연 3.96%)보다 0.05%p, 1년 전(연 2.83%)보다 1.18%p 올랐다.
변동형 주담대 금리의 지표인 신규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의 경우 지난달 1.64%로 전월 대비 0.05%p 떨어졌지만 업계에서는 이를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다. 2월부터는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기준금리 또한 이번에는 동결됐지만 올해 전체적으로 보면 두 차례 이상 오를 가능성이 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다음 달부터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는데다 국내 물가도 급등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금통위가 다음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올리고 이후 하반기 또 한 차례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며 올해 총 세 차례 인상해 연말 기준금리가 1.75% 수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준금리 동결로 대출금리도 잠시 주춤할 수 있지만 올해 전체적으로 보면 오를 수 밖에 없는 분위기"라며 "주담대 금리의 경우 조만간 최고 금리가 6%를 넘어 연말에는 7%대까지도 바라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