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김진웅 소장 ⓒEBN

자산관리라는 말을 들었을 때 사람들은 재산이 어느 정도 있는 부자들에게나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초년생이나 중산층처럼 아직 충분한 자산이 형성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특별히 해당 사항이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누구라도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순간부터 바로 자산관리가 시작되었다고 보면 된다. 자산관리는 경제활동 기간이 증가함에 따라 가질 수 있는 경제적 역량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다.


자산관리의 구조를 간단히 살펴보면 좀 더 이해가 쉽다. 자산관리는 경제활동을 통해 소득을 발생시키고 일부를 소비한 뒤 남은 여유자금을 저축이나 투자를 통해 자산을 늘려가는 과정이다. 아무리 작은 수입으로 경제활동을 하더라도 어떠한 형태로든 돈에 대한 관리는 이루어질 수 밖에 없으며,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사람마다 다른 미래를 만나게 된다. 구조적으로 보면 자산관리의 시작점은 소비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본격적인 자산형성 전에는 소비관리가 자산의 증가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성공적인 미래를 위해 경제활동 진입기에 중요한 소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Flex’나 ‘Open Run’과 같은 소비 트렌드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소비라는 행위가 경제적인 관점 외에 사회적인 측면도 작용하기에 이러한 현상을 무조건 잘못된 소비 행태로 치부할 생각은 없다. 순수하게 자산관리 관점에서의 이야기로 이해해주기 바란다. 일단 소비의 눈높이를 최대한 낮게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돈을 벌려는 이유가 살아가면서 희망하는 소비를 하기 위해서인데 소비를 절제하라는 것은 이율배반적이고 무리한 요구일 수 있다.


하지만 소비관리의 핵심은 무조건 소비를 적게 하라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적은 비용의 소비로 시작하라는 의미이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서 가계의 경제규모도 커지고 일정 시점까지는 자연스럽게 소비규모가 계속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사회생활 진입 초기에 소비습관이 어떻게 만들어지냐에 따라 인생 중반기 이후 자산관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은퇴 이후까지 전반적인 인생의 질이 달라지게 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소비행태 중에 래칫효과(ratchet: 한 쪽 방향으로만 돌아가는 톱니바퀴)라는 것이 있다. 이미 한 번 올라간 소비수준이 쉽게 낮아지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반대로 돌지 못하는 래칫톱니 바퀴에 비유한 용어로 사람들의 소비는 심리적으로 더 좋은 재화를 소비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기 때문에 소비 자체가 상대적 안정성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소형차를 타다가 중형차로 바꾸게 된 경우 그 편리함에 익숙해지면서 향후 자동차 구매 시 더 좋은 대형차나 신형차로 갈아타고 싶지 소형차로 돌아가게 될 확률은 매우 낮아진다. 오히려 소득이 줄더라도 소비는 쉽게 줄어들지 않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소비수준을 처음부터 낮게 시작하는 것이 자산을 모으는 측면에서 유리하게 된다.


래칫효과를 생각해 보았을 때 초기 소비행태의 형성이 결국 생애에 걸쳐 오랜 시간해야 하는 자산관리 측면에서 정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예를 들어 매월 200만원을 버는 두 사람을 가정해보자. 한 사람은 미래를 위해 100만원을 저축하고 나머지 100만원만 소비하는 반면 다른 사람은 200만원을 모두 소비하고 있다. 소비행태 측면에서는 당연히 100만 원만 소비하는 사람이 현재 삶의 질이 떨어지고 상대적인 빈곤감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매월 나머지 100만 원을 연 5% 투자수익률로 운영했을 때 7년 뒤 약 1억 원의 종자돈을 마련할 수 있다. 그동안 100만원을 저축한 사람은 그 때부터는 소비수준을 올려도 종자돈을 계속 불려나갈 수 있게 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자산증가 속도는 더 빨라지게 된다. 나중에는 소비규모를 200만원 이상으로 올려도 별 문제가 없다.


반면 200만 원을 모두 소비하는 사람은 평생 그 수준을 넘어설 수 없고 자산을 모을 기회도 없어져 버리게 된다. 가끔 미래소득을 가정해 현재 소득수준을 넘어선 소비행태를 보이는 사람들도 있다. 대부분 평생 지속적인 소득원을 가져갈 수 없기 때문에 이러한 소비습관으로 인해 인생 후반기를 매우 어렵게 만들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 평생 절대적으로 무조건 소비를 자제하라는 게 아니라 소비 타이밍을 조금 늦추고 욕구를 조절하면서 살다 보면 길어진 인생에 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의미이다. 조급한 마음에 일시적인 소비욕구를 빨리 해소하려는 생각이 자산관리에 있어 가장 먼저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첫 월급을 받으면 부모님에게 빨간 내복을 선물하는 풍습이 있었다. 요즘도 빨간 내복은 아니지만 그 동안 부모님의 은혜에 감사하는 선물을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이 때 한 가지 더 챙겨야 할 것이 있다. 자신의 자산을 앞으로 어떻게 만들어 갈지 계획을 세워 그에 따른 소비수준을 정하고 빠른 시간 내에 종잣돈을 만들기 위해 일정부분을 저축해 가는 것이다. 당신이 첫 월급을 받는 순간 자산관리는 이미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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