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국제 유가 배럴당 120달러까지 치솟으면서 석유화학 제품의 기초원료인 나프타(Naphtha) 선물 가격이 가격이 10년만에 톤당 1000달러를 돌파했다. 이에 나프타분해시설(NCC)를 보유한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7일 화학업계에 따르면 원유를 정제해 생산하는 나프타의 가격은 유가 상승과 직결된다. 최근 초고유가 전망에 힘업어 나프타 가격도 연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원자재가격포털에 따르면 나프타 가격은 지난 4일 기준 톤당 1023.125달러를 기록했다.
나프타는 석유화학 제품의 기초유분인 에틸렌·프로필렌 등의 원료다. 화학사들은 NCC에 나프타를 투입하고 섭씨 800℃ 이상 고온에서 열분해해 에틸렌 등 기초원료 제품들을 제조한다.
나프타는 석유화학 제품 제조원가의 약 70%를 차지하는 만큼 나프타 수급 불안 및 가격 상승은 석유화학업계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러시아산 나프타 수입 비중이 높은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갈등이 지속되고 있어 나프타 가격 상승 압박이 더욱 거세질 수 있어서다.
올해 범용 석유화학 제품의 수요가 지난해 대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원자재값 마저 상승해 스프레드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져 업계는 동향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해 1월 나프타 가격이 톤(t)당 783달러 수준일 때도 아시아 NCC업체 대부분이 적자 상태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3~4월 원가 부담이 더 높아질 수 밖에 없다"며 "나프타 가격 상승분을 제품가격에 전가하는 능력도 떨어지고 있어 석화업체 수익성은 더 악화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 의하면 NCC 기업들은 특히 값싼 액화석유가스(LPG), 에탄올 등을 나프타 대체 원료로 일부 투입하고 수급처 다변화하는 등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또 한시적으로 수입 나프타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는 '긴급할당관세'를 정부에 요청한 상태다.
롯데케미칼은 원료 다변화로 대응에 나섰다. 여수·대산공장에 나프타·LPG 투입 NCC 설비를 도입하고 나프타 동향에 따라 LPG 투입량을 유동적으로 조절할 계획이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사태 이전부터 주요 원자재 대규모 물량계약과 다양한 원료 사용 등 안전장치를 마련하며 가격리스크에 대비해왔다"고 설명했다.
LG화학은 나프타의 러시아 수입 의존도가 약 23%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업황 부진이 우려되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고유가,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물류비, 원자재 가격 상승에 대응해 비상경영체제인 '프로젝트 A+'를 가동 중"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고부가 사업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강화해 어떤 환경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성장하는 기틀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산 나프타 수입량이 많은 한화토탈은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가장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화토탈은 국내 석유화학 기업 중에서도 러시아산 나프타 수입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화토탈 관계자는 "나프타 가격 상승에 대비해 다른 대체산지를 물색하며 수급처 다변화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석유화학협회 관계자는 "러시아 침공 사태 이전부터 관련 기업들과 대책을 모색해 왔다"며 "한시적으로 수입 나프타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는 '긴급할당관세'를 정부에 요청하는 등 관계부처와 대응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