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대표. ⓒ연합

한미약품그룹 창업자 고(故) 임성기 전 회장의 장남인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대표가 자리에서 물러난다. 대표직 사퇴를 두고 한미약품과 임종윤 대표의 입장이 달라 주목된다.

14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그룹의 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는 오는 24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 임 대표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상정하지 않을 예정이다.

15일 임기가 종료되는 임 대표가 이번 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재선임되지 않으면 이사회에서 빠지면서 대표이사 자리도 내놓게 된다.

임 대표는 고 임 전 회장의 2남 1녀 중 첫째로, 미국 보스턴대학을 졸업하고 2005년 북경한미약품유한공사 동사장(이사회 의장)을 거쳐 2009년 한미약품 이사로 선임됐고 2016년 한미사이언스의 단독 대표이사를 맡았다.

임 전 회장이 2020년 8월 타계한 후 임 대표는 2020년 9월부터 모친인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함께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회사를 이끌어왔다. 임 대표의 임기 종료 후에는 송 회장 홀로 한미사이언스의 대표이사를 맡을 것으로 관측된다.

임 대표는 한미사이언스 경영에서 손을 떼더라도 사업회사인 한미약품에서는 사장으로 등기이사 지위를 유지한다. 임 대표의 한미약품 사장 임기는 2024년 3월 말까지다.

한미약품그룹은 임 대표가 유럽과 중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새 사업 기회를 모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미약품그룹 관계자는 "임 대표는 유럽 한미의 현지화와 중국 사업을 기반으로 사회적 기업 모델을 구축하고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글로벌 불평등 해소에 기여할 백신 등 해외 연구 개발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임 대표 측 관계자는 그가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후 계획이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며 "한미사이언스에서 사임 후 스타트업에 집중할지 한미약품 사업에 실무로 돌아와서 전반적인 사업재편 및 구조조정을 할지는 아직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임종윤 대표 아직 사임서 제출하지 않았으며 해임으로 갈지 주목된다"며 "분쟁이 장기화 될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임 대표는 한미사이언스와는 별개로 분자진단 기업 디엑스앤브이엑스(구 캔서롭)의 최대 주주이자 사내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해외 기술 자원 투자 기업 코리컴퍼니를 설립해 전 세계 백신 공급이라는 목표로 세워진 한미사이언스 컨소시엄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처럼 임 대표의 측근 인사가 한미약품그룹과 별개 입장을 내놓음에 따라 모친과의 갈등이 표면화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송 회장은 한미사이언스 주식 11.65%를, 임 대표는 7.88%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임 대표의 동생인 임주현·임종훈 한미약품 사장은 각각 8.82%·8.41% 보유하고 있다.

임 대표는 지난해 3분기 말까지만 해도 삼남매 중 한미사이언스 지분율이 가장 높았으나 현재는 가장 낮다. 지난달 말 45만주를 시간외매매로 매도하면서 지분율이 8% 아래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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