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대재해법과 원자재 대란에 이어 물가와 금리까지 치솟으면서 건설사의 어깨가 무거워지고 있다. 물가 상승과 금리인상으로 이자 부담은 늘어나고 있는 데다 자금조달이 필요한 건설업을 향한 투자 심리는 얼어붙고 있다.
4일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지수(2020년 100 기준)는 지난 2월 105.3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7%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3.2%) 9년 8개월 만에 3%대로 오른 뒤 △11월(3.8%) △12월(3.7%) △올해 1월(3.6%) △2월(3.7%) 등 5개월 연속 3%대를 유지하고 있다.
3%대를 이어가고 있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월에는 4%대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지난 1일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에너지·원자재 가격 급등과 공급망 차질을 비롯한 전방위적인 물가 상승 압력에 직면해 있다"며 "3월 물가는 석유류를 중심으로 상승폭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물가상승에 이어 기준금리까지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한국은행은 작년 8월과 11월, 올해 1월 등 세 차례에 걸쳐 각각 기준금리를 0.25%p 인상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르면 5월에 금리를 한 번에 0.5%p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국은행도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대재해법과 원자재 가격 상승에 더해 물가와 기준금리까지 오르면서 국내 건설경기가 악화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조사를 보면 올해 3월 CBSI는 전월 대비 1.3포인트 하락한 85.6을 기록했다.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인 CBSI는 건설경기 상황에 대한 기업들의 전망을 수치화한 지표다. 기준선인 100보다 낮으면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하다는 뜻이다.
빈재익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기업이 자금조달과정에 적극적으로 관여해야 하는 부동산개발사업·민간투자사업·해외건설 등이 건설수주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인플레이션 심화는 건설산업의 활동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건설사업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통한 자금 조달과 분양사업의 중도금 대출 보증 등으로 금리 영향을 크게 받는다. 금리가 오를 경우 갚아야할 이자부담은 커지는 셈이다. 특히 차입금 의존도가 높은 건설사의 경우 타격이 더욱 크다.
투자 심리도 악화되면서 주요 건설사들이 회사채 발행을 준비했다가 잇달아 취소하고 있다. 회사채란 기업이 자금을 모집하려고 일반 대중에게 발행하는 채권을 말한다. 최근 현대건설과 롯데건설은 회사채 발행을 준비했다가 금리인상 등 시장 상황이 악화되자 회사채 계획을 중단했다.
전지훈 한국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연구위원은 "금리 인상기조로 인해 투자심리가 비우호적으로 변하면서 일부 건설사의 회사채 발행 시 미매각이 발생하기도 한 점을 고려할 때 기존에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지 않는다면 특정 시기에 자금소요가 늘어나거나 유동화증권 등의 만기가 집중된 업체의 경우 일시적으로 차환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