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 전경. ⓒ현대자동차그룹

삼성·SK·포스코·롯데·현대차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생산 거점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미·중 패권 경쟁으로부터 촉발된 글로벌 공급망 차질이 원자재값 상승, 물류대란 등 여러 고민거리를 불러왔기 때문이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70억달러(약 20조원)을 들여 건설할 제2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부지로 미국 텍사스주 윌리엄슨 카운티를 낙점하고 올해 상반기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기존 오스틴 생산라인과의 시너지 △반도체 생태계와 인프라 공급 안정성 △지방 정부와의 협력 △지역사회 발전 등 여러 측면을 고려해 테일러시를 선정했다. 이를 통해 경기 기흥·화성캠퍼스-평택캠퍼스-미국 텍사스주를 잇는 '반도체 벨트'를 구축한다는 복안이다. 2030년 시스템 반도체 분야 1위에 오르겠다는 '시스템 반도체 2030' 구상을 구체화할 전략이기도 하다.

SK그룹도 북미를 중심으로 한 설비 투자 확대를 꾀하고 있다. 최태원 SK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공급망 관련 "그룹의 주요 사업이 국가 전략자산으로 글로벌 패권 경쟁의 한 가운데 서 있다"며 "우리를 둘러싼 다차원적 위기를 절감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배터리 계열사 SK온은 현재 미국 조지아주에서 9.8기가와트시(GWh) 규모의 1공장을 가동 중이다. 2공장(11.7GWh)도 추가로 건설 중에 있다. 또 SK온은 포드와 손잡고 미국에 이어 터키에서도 전기차용 배터리 합작 공장을 세운기로 한 상태다. 그룹 주력 계열사인 SK하이닉스도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 인수에 이어 '인사이드 아메리카' 전략을 본격화하기 위해 미주 R&D(연구개발) 센터 설립 등을 추진 중이다.

현대차와 롯데케미칼은 신(新) 생산 거점으로 '인도네시아'를 낙점했다. 우선 현대차는 인구 6억명 이상의 아세안 시장 공략을 위해 인도네시아 공장을 전략적 교두보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인도네시아 공장 준공 후 아이오닉5 양산도 들어갔다. 아이오닉5는 현대차가 아세안에서 생산하는 최초의 전용 전기차(EV)다.

현대차는 특히 인도네시아에서 전용 전기차를 생산하며 아세안 각국의 친환경차 전환 정책을 촉진하고, 도요타·혼다 등 일본 완성차 브랜드들이 70% 이상 점유한 아세안 시장을 본격 공략할 계획이다.

▶ ⓒ롯데케미칼

롯데케미칼은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인도네시아 반텐 주에 초대형 석유화학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연간 에틸렌 100만톤, 프로필렌(PL) 52만톤, 폴리프로필렌(PP) 25만톤과 하류 제품 생산을 통해 연간 20억6000만 달러(2조4000억원)의 매출을 거두는 것이 목표다.

포스코그룹도 원자재 공급망 위기 대응에 분주하다. 최근엔 전기차 배터리 필수 소재인 리튬을 '미래 먹거리' 분야로 꼽고 리튬 생산에 총력을 쏟는 중이다.

지주회사인 포스코홀딩스는 최적의 염호 리튬 상용화 공장 건설 부지로 '아르헨티나'를 선택했다. 광권 인수에서부터 탐사, 생산공장 건설 및 운영 등 전 과정에 걸쳐 아르헨티나에서 배터리용 수산화리튬을 생산하는 것은 포스코가 처음이다.

이날 착공한 염수 리튬 공장은 수산화리튬 연산 2만5000톤 규모로 2024년 상반기 준공 목표다. 총 투자비는 인프라 투자 및 운전자금 등을 포함해 약 8억3000만 달러(약 9500억원) 수준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거점이 중국에서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 제3국으로 재편되고 있는 추세"라며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은 탈(脫)중국화를 부추기고 있다. 우리 기업 역시 안정적인 공급망 네트워크를 확보애 위기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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