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기아가 올해 하반기 중고차 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란 시장 전망과 달리 중소벤처기업부가 당초 예정일보다 1년 늦은 내년 5월에 해야 한다는 중소기업 사업조정심의회의 권고에 따라 다소 늦게 진행될 전망이다. 현대차·기아는 아쉬운 결정이라면서도 권고내용에 따라 단계적으로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28일 저녁 현대차와 기아의 중고차 시장 진출과 관련해 중소기업 사업조정심의회(심의회)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사업조정 최종 권고안을 확정했다.
권고안에 따르면 완성차업계의 중고차 판매 개시 시점은 내년 5월로 1년 유예되지만, 2023년 1~4월까지 각각 5000대 내에서 시범 판매를 허용하기로 했다. 또한 완성차 업체는 중고차 시장 진출 후 2년 동안은 중고차 판매 대수가 제한된다.
시장진입 초기에 판매할 수 있는 물량을 보면 현대차는 2023년 5월 1일부터 2024년 4월 30일까지 전체 중고차의 2.9%, 2024년 5월 1일부터 2025년 4월 30일까지는 4.1%만 판매할 수 있다. 같은 기간 기아의 중고차 판매 대수는 각각 전체 물량의 2.1%, 2.9%로 제한된다.
앞서 현대차·기아 측은 판매 대수와 관련해 올해 4.4%에서 2023년 6.2%, 2024년 8.8% 범위 내에서 자체적으로 점유율을 제한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는데 소폭 줄어든 것이다.
여기에 현대차·기아는 고객이 신차를 구매하는 조건으로 자사 브랜드의 기존 중고차를 팔겠다고 요청했을 때만 이들로부터 해당 중고차를 사들일 수 있도록 했다. 매입한 중고차 가운데 인증 중고차로 판매하지 않는 중고차는 경매에 의뢰하도록 했다. 경매 참여자를 중소기업들로 제한하거나 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와 협의해 정한 중고차 경매사업자에게 경매 대상 차량의 50% 이상을 배정해야 한다.
이번 사업조정 권고는 3년 동안 적용되며 법적 효력이 있다. 사업조정심의회는 권고안이 이행되지 않았을 때 이행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이를 어길 경우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지난 달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가 중고차판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지 않으면서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공식적으로 가능해졌다. 그러나 중소사업자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 마련을 놓고 완성차업계와 중고차업계가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며 갈등만 깊어졌다.
이후에도 중고차판매업 사업조정은 지난 2월부터 당사자간 자율조정 2차례, 민간위원이 참여하는 자율사업조정협의회 4차례를 열었지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자 중기부가 심의회를 통해 결론을 낸 것이다.
이번 결과를 놓고 현대차·기아는 “중고차사업에 대한 사업조정 결과는 중고차시장의 변화를 절실히 원하는 소비자를 고려하면 다소 아쉬운 결과”라면서도 “대승적 차원에서 권고내용을 따르겠다”고 밝혔다.
현대차·기아는 중고차시장 진출을 확정하면서 지금부터 철저하게 사업을 준비해 내년 1월에 시범사업을 선보이고, 내년 5월부터는 현대차와 기아 인증중고차를 소비자들에게 본격적으로 공급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중고차업계와의 상생협력과 상호발전을 위해 연도별로 시장점유율 상한을 설정해 단계적으로 시장에 진입하고, 인증중고차 대상 외 차량은 중고차 매매업계에 공급한다. 이를 통해 중고차 소비자들의 권익 증대와 중고차시장의 양적·질적 발전을 도모하고 기존 중고차업계와의 상생을 목표로 중고차사업을 추진한다.
이외에도 현대차·기아는 다양한 출처의 중고차 관련 정보를 수집·분석한 후 종합해서 제공하는 중고차 통합정보 오픈 시스템을 구축해 정보의 독점을 해소하고 중고차시장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완성차 업계에서는 이번 결정을 두고 불만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중소기업사업조정심의회의 현대차·기아에 대한 사업조정 결과에 대해 “중고차시장 선진화에 대한 그동안의 소비자 요구와 국내산의 수입산과의 역차별 해소 필요성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결정”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KAMA는 “내년 1월부터 완성차업체들은 중고차 시범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됐지만 1년 유예기간 설정과 시험사업 기간 내 매집과 판매 상한 제한 등으로 시장선진화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열망을 외면함은 물론 완성차업체로서는 플랫폼 대기업과 수입차 업체 대비 차별적 규제를 상당기간 더 받게 됐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