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보 빅3 중 하나인 한화생명의 올해 3월 말 RBC비율은 161.0%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분기였던 작년 말 184.6%에 비해 23.6%p 낮은 수치다. ⓒ한화생명

올 1분기 생보사의 '지급여력(RBC)비율' 급락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한화생명이 23%p 넘는 하락폭을 보이는 등 생보사들의 RBC비율이 일제히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아직 실적 공시 전이지만 당국의 권고 수준 아래로 내려가는 보험사들이 다수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생보 빅3 중 하나인 한화생명의 올해 3월 말 RBC비율은 161.0%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분기였던 작년 말 184.6%에 비해 23.6%p 낮은 수치다.

RBC비율은 고객에게 지급해야 할 보험금 대비 보험사가 쌓아둔 돈을 말한다. 보험사 재무 건전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다.

RBC비율은 수치가 높을수록 재무건전성이 좋다고 보는데 보험업법 상 최소 준수비율은 100%, 금융당국의 권고 수준은 150% 이상이다.

한화생명은 2020년 9월 이후 이번 분기까지 6분기 연속 RBC비율이 나빠졌다. 한화생명의 RBC비율이 이처럼 폭락한 이유는 시중금리가 급등한 영향이 크다.

이미 실적을 공시한 상장 생보사들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KB금융지주 계열 푸르덴셜생명의 올해 1분기 말 RBC 비율은 280.7%로 전 분기 말보다 61.7%p 급락했다.

신한라이프는 RBC 비율이 지난해 4분기 말 284.6%에서 올해 1분기 말 255.0%로 29.6%p 떨어졌고, 하나생명도 이 기간 200.4%에서 171.1%로 29.3%p 하락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금리상승기에는 보유 중인 채권 평가가치가 떨어져 보험사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RBC비율 하락은 막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통상 장기 국고채 금리가 0.1%p 오르면 RBC 비율이 1~5%p 하락하는 것으로 본다. 10년 만기 한국 국채 금리는 연초 2.3%에서 지난 28일 기준 3.16%까지 올랐다.

이에 RBC비율이 당국 권고 수준인 150% 턱걸이 할 회사가 작년보다 늘 것으로 전망했다.

한 생보업계 관계자는 "RBC비율이 300%대로 높았던 보험사마저도 3개월 만에 큰 폭으로 떨어졌다"면서 "지난 연말 이후 올해 3월까지 금리가 추가로 급등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작년에 150%대 턱걸이한 보험사들은 초비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공시한 지난해 말 기준 RBC 비율에 따르면 DB생명(158%)·흥국생명(163%)·KDB생명(169%), 손보사에서는 흥국화재(155%)·악사손보(170%)·한화손보(177%)·KB손보(180%) 등이 200% 이하로 낮은 편이다.

문제는 금리가 계속 인상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앞으로 RBC 비율이 더 하락할 수 있다는 점이다. 100% 미만으로 내려가면 금융당국은 보험사에 재무 상황을 개선하라는 '적기 시정 조치'를 내린다.

각 보험사들은 재무건전성 강화를 위해 올해 채권재분류,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 발행, 유상증자 등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생명도 이날 투자설명회(IR)에서 "시장금리 급격한 상승으로 인한 매도가능증권 평가익 감소 등으로 161%를 기록했다"면서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 전까지 RBC비율 안정적 관리를 위해 국내 후순위채 발행, 변액보험 헷징, 자산듀레이션 갭 축소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화생명은 3000억원에서 5000억원 규모의 국내 후순위채 발행을 추진 중에 있다. 이는 오는 2023년 도입 예정인 킥스 등 자본 규제 대응과 내년 4월 해외신종자본 콜옵션 행사에 대한 선제적 자금조달을 하기 위함이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향후 추가적인 발행이 필요하다면 선제적 발행을 통해 자본에 대한 우려를 조기 해소시키는 방안을 자금조달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보험사들이 RBC 비율 방어를 위해 이자가 높은 후순위채 등을 대거 발행할 경우 경영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보험업계는 내년부터 새로운 회계 기준인 IFRS17이 도입되는 만큼 RBC 비율 하락에 대해 금융당국이 보다 유연하게 대응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무리한 자본 조달을 하지 않도록 올해만 한시적으로 풀어달라는 요청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회계상 문제이지 실제 재무 상황이 악화된 것은 아닌 만큼, 한시적으로 당국이 유연하게 대응해줬음 한다"면서 "당국도 현재 3단계 조치를 취하는 기준 완화 관련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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