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도권의 한 아파트 단지ⓒEBN

서울 아파트 임대시장에서 월세 거래가 급격히 늘고 있다.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큰 폭으로 오르자 임대인, 임차인 모두 월세를 선호한 데 따른 영향이다.

17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 월세 거래는 2만1009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동기 대비 27.7% 늘어난 수치다. 1분기 거래량이 2만건을 넘긴 것은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초다.

월세 거래 증가는 통계는 서울지역 등기정보광장 발표 분석 결과에서도 나타난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서울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51.6%에 달한다. 지난 2019년 1월~4월 월세 비중(41.0%) 대비 10.6%p 높은 수치다.

주택임대시장에서 월세 비중이 늘어난 사이 전세 비중과 매물은 큰 폭으로 줄었다. 기존 전세 주택들도 월세 또는 반전세로 전환되는 등 '전세의 월세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중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17일 기준 서울시 강동구의 전세매물은 977건으로 2020년 동일 매물 3562건 대비 72.6% 적다. 같은 기간 양천구와 중랑구 전세 매물은 각각 66.4%, 64.2% 줄었다. 서울 25개 구역 중 강북구와 성북구를 제외한 모든 곳에서 매물이 두 자릿수 감소를 기록했다.

이같은 월세 비중 증가는 최근 2년간 전세보증금과 대출금리가 크게 오른 영향이 크다. 또한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집주인들이 계약갱신구권, 전월세상한제를 피해 보다 수익이 높은 월세로 전환했고, 이에 더해 대출 금리도 급등한 것도 작용했다.

최근에는 시중은행 전세대출 금리가 오르면서 수요자들이 월세를 선호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지난 2020년에는 2~3%대에 머물던 전세자금 대출 금리는 최근 약 3.45~4.95% 수준에 형성됐다. 은행별로는 KB국민은행 3.72~4.92%, 하나은행 3.45%~4.95%, 신한은행 3.56%~4.46%, 우리은행 3.93%~4.13%, NH농협은행 3.78%~4.08% 등이다.

세입자가 최저 수준인 3.5%로 대출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1억원 대출에 매월 약 29만원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3억원을 대출 받을 경우 약 87만원을 매달 은행에 납부해야 하며 최고금리(4.95%)를 적용하면 매달 원리금 부담은 123만원으로 급증한다.

이에 세입자 입장에서는 대출을 받아 전세를 구하는 것보다 월세를 내는 것이 유리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월세의 경우 금리, 물가 변동과 무관하고 한 번 계약 시 2년간 같은 조건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금리가 오르면서 이자 부담이 커질 경우 월세를 내는 것이 세입자에게 유리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임대인 입장에서도 전세보다 수익성이 좋은 월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크기에 전세의 월세화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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