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시내 한 백화점의 분유 코너 모습.ⓒ연합뉴스

분유업계가 역대 최저 수준의 출산율과 해외분유 약진에 이중고를 겪고 있다. 정부가 미국이 추진하는 역내 경제협력에 출범 멤버로 참여키로 하면서 중국 수출에 대한 불안감까지 가중된 상태다. 분유업체들은 대신 배달 이유식, 단백질 제품 등을 타개책으로 두고 불황을 버티겠다는 구상이다.

19일 분유업계에 따르면 국내 분유 소매시장 규모는 2017년 4291억원에서 지난해 3180억원으로 대폭 쪼그라들었다. 올해는 이보다도 더 줄어든 3120억원대까지 주저앉아 분유 시장 규모가 5년 만에 27%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특히 올해는 합계출산율이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분유업계도 덩달아 긴장감을 보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는 평균 출생아 수)은 0.81명으로 1년 전보다 0.03명 감소했으며 올해는 0.7명대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신생아 수 감소로 꾸준히 위기론이 제기됐던 분유 시장에서는 반등 자체를 기대하고 있지 않다. 프리미엄 제품이 실적을 받쳐 올리고는 있으나 판매량이 지금보다 늘어나지 않을 것이란 점에선 이견이 없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분유 시장에 진출한 남양유업은 2019년까지 매출의 22%를 분유에서 달성했다가 2020년 20%, 2021년 18.5%로 줄면서 시장 난항을 몸소 겪고 있다.

남양유업(임페리얼)은 지난해 해외 브랜드에 2위 자리를 내주고 3위로 주저 앉기도 했다. 국내 분유시장에서 외산 분유가 국산 브랜드를 제친건 이번이 처음이다. 유럽 1위 분유사인 '압타밀'은 국내 론칭 4년 만에 점유율 15.7%를 기록하며 현재 국내 분유 점유율 1위인 매일유업을 압박 중이다. 매일유업(앱솔루트)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23.8%로 나타났다.

▶ ⓒ출처: 통계청, 표 재구성:e-나라지표

분유업계 관계자는 "1%도 안됐던 해외 브랜드 점유율이 10%대까지 순식간에 치고 올라왔다"면서 "국내 브랜드들이 설 자리가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출이 한 방법이지만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몇몇 분유 제조사들은 중국 시장에 진출해 있다. 2017년 중국에서 산아제한이 완화하고 2019년 이후 한중 관계가 회복되면서 판매량에도 변화가 생기는 듯 했으나 중국이 자국 브랜드를 육성하는 기조를 보이면서 시장점유율을 늘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 분유 시장 규모는 12조원으로 집계됐다. 코트라에 따르면 네덜란드와 뉴질랜드 브랜드가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현재 중국으로 분유를 수출 중인 매일유업, 남양유업, 롯데푸드 등의 총 합산 점유율은 3%대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시장은 프리미엄에 대한 니즈가 강한 만큼 국내 분유 제품이 경쟁력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반중(反中) 연대 성격을 띈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창단 멤버로 들어가기로 해 중국에서의 제재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분유업계는 중국 대신 베트남 등으로 눈을 돌리면서도 국내 시장에서 다른 분유 라인업을 강화해 가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매일유업은 단백질 제품 '셀렉스', 남양유업은 '성인식·환자식·영향균형식', 일동후디스는 단백질 음료 '하이뮨' 등을 앞세워 판매 중이다.

분유업계 한 관계자는 "분유사들은 가루를 물에 잘 녹이는 기술이 강점"이라면서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제품 라인업이 갖춰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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