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미국이 자국내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견제하기 위해 28년 만에 최대폭의 기준금리 인상을 함에 따라 국내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하고 있는 기업의 경우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경쟁력 약화 우려도 제기된다.
16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 14일부터 소집한 이틀 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끝에 15일(현지시각) 연방기준금리를 0.75%p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이 같은 금리 인상으로 미 기준금리는 기존 0.75~1.00%에서 1.50~1.75%로 높아졌다.
이에 불확실성이 다소 해소됨에 따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전 9시 기준 전 거래일(1290.5원) 보다 13.3원 하락한 1277.2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다만 금리 인상에 따른 파급력으로 원·달러 환율이 다시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는 점은 불안요인이다.
미 금리인상에 따른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까지 급등하는 상황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고 있어 국내 산업계의 어려움은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원·달러 환율 상승은 수출 시 더 많은 원화를 받는 효과로 유리한 면도 있지만, 미국이 금리를 인상에 나서면서 소비 심리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고, 현지에 투자하는 비용 등이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은 우려된다. 여기에 가뜩이나 비싼 원자재 가격이 금리 인상을 이유로 상승하게 되면 결국 수출 품목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특히 미국이 기준금리를 대폭 올림에 따라 한국은행 역시 현 기준금리 1.75%에서 다음 달 기준금리를 0.5%p 올리는 빅스텝을 포함해 올해 남아있는 통화정책방향결정 회의(7·8·10·11월)에서 모두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국내 주요 기업들은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이 넘어갈 것을 염두해 두고 전략 마련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기업들은 달러 상승을 대비해 파생상품을 통한 위험관리(헷지)에 나서는 곳도 여럿 있다.
대표적인 곳이 대한항공으로 유가와 환율, 금리 변동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헷지 상품을 가입했는데, 환율, 금리 변동시 통화·이자율 스왑 계약 등을 통해 잉여통화차입 비중 및 고정금리 비중을 확대하는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 대항항공의 올해 1분기 고정금리차입금은 7조3000억원 수준으로 평균금리 1% 변동에 따른 이자비용만 약 45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미국 등에 투자를 확대하고 나선 기업들 역시 많아진 상황에서 이번 금리인상이 미치는 영향 역시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기업 관계자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당장의 상황만 보면 비용 부담으로 볼 수는 있겠지만, 미국 등에 투자에 나선 곳들은 대부분 장기적인 계획에 따라 진행되는 것으로 크게 영향이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경제동향 6월호’에 따르면 우리 경제가 글로벌 공급망 교란과 원자재가격 급등으로 제조업이 둔화되면서 경기 회복세가 약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KDI는 원자재가격 급등에 따른 물가 상승세로 인해 가계와 기업의 구매력이 저하되고, 금리 인상 시기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글로벌 수요가 감소하면서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가 둔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미국 통화정책, 러시아 지정학적 불확실성 충격이 1% 증가하는 경우, 전(全)산업 생산은 시차를 두고 각각 최대 –0.011%p, -0.006%p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미국 통화정책에 따른 불확실성이 확대될 경우 수출이 비교적 큰폭으로 위축되는 가운데 소매판매와 설비투자 등 내수 부문에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주요 지표를 보면 4월 전산업 생산은 1년 전보다 4.5% 증가했으나 전월 대비로는 0.7% 감소했다. 분야별로 보면 전월 대비 반도체(-3.5%), 자동차(-0.8%), 화학물질(-3.0%), 1차 금속(-4.5%), 금속가공(-4.9%), 식료품(-5.4%), 전기장비(-1.5%) 등 주요 업종에서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준형 KDI 연구위원은 “지난달 같은 경우 인플레이션이 높아짐에 따라 불확실성도 높게 유지되면서 경제적 여건이 좋지 않았다”며 “이번 미국 금리인상으로 단기적인 불확실성은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김 연구위원은 “미국이 지속적으로 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어 불확실성이 지속되면 직·간접적으로 국내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며 “수출 기업의 경우 반도체는 데이터 센터의 수요로 큰 영향은 없겠지만, 내구재 등의 주요 수출 품목은 소비 심리에 따라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향후 금리 변화에 따른 영향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