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를 동시에 완화하면서 시장 매물 출하 요인이 반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양도세가 줄었지만 보유세 부담도 낮아지면서 다주택자는 주택을 처분하는 대신 추가 시세차익을 얻기 위해 '버티기'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번 경제정책방향에는 그간 증세 대상이었던 다주택자에 대한 파격적인 감세 정책이 담겼다. 우선 조정대상지역 내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한 '양도소득세 중과 한시 배제(1년)' 조치가 포함됐다. 지난달 10일 이후 거래분부터 소급적용된다. 아울러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을 양도할 때 배제했던 장기보유특별공제도 적용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가 제시한 예시에 따르면 2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의 주택 한 채를 10억원에 산 이후 10년 동안 보유하다 15억원에 팔 경우 종전까지는 5억원 차익에 대한 양도세 2억7310만원을 내야 했다. 그러나 이번 정책 발표 이후 내년 5월9일 전에 해당 주택을 처분할 경우 양도세는 1억3360만원으로 줄어 약 1억4000만원을 아낄 수 있게 됐다.
다주택자의 매물 출하를 이끌기 위한 정책이지만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을 정리하지 않고 갖고 있어도 세 부담은 크지 않기 때문이다.
부동산 세제 개편에는 다주택자의 종부세 부담도 낮췄다. 정부는 보유 주택 수와 관계없이 종부세 공정가액비율을 100%에서 60%로 하향 조정하기로 했다. 종부세는 공시가격에서 공제액을 제한 금액에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적용해 과세표준을 정한다. 여기에 세율을 적용하면 주택 보유자가 내야 할 세금이 정해진다.
기재부에 따르면 조정대상지역에서 총 공시가격 29억6900만원의 2주택자가 올해 납부해야 할 종부세(종부세액의 20%인 농어촌특별세 포함)는 7026만원에서 3178만8000원으로 55%가량 줄어든다.
두 주택 가운데 하나가 양도세 예시에 등장한 주택이라고 가정하면 양도소득세 중과가 배제되는 기간 중 팔아 1억4000만원의 세금을 아끼거나 종부세 감면과 향후 주택 가격 추가 상승 가능성, 장기보유특별공제 효과를 기대하고 2주택을 유지하는 것 중 무엇이 유리한지를 판단해야 하는 셈이다.
마포 래미안 푸르지오 1단지, 2단지 84㎡ A·B형, 두 개 주택을 3년 이상 보유한 2주택자가 있다고 가정하고 이 중 주택 한 채를 양도한다고 해보자.
부동산 세금계산 서비스 셀리몬 시스템으로 시뮬레이션 한 결과 세울 35%에 장기특공 효과로 672만원까지 공제받아 총 2107만3000원을 납부해야 한다. 양도세 중과가 적용되는 2023년 5월10일 이후에는 장기특공 효과 없이 55% 세율이 적용돼 총 4532만5000원을 내야한다.
국토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마래푸 1단지 84㎡ A형과 2단지 84㎡B형의 공시가는 각각 12억9800만원, 13억8900만원 수준이다.
주택을 팔지 않고 보유했을 때 내는 세금은 공정가액비율 60%를 적용한 납부 보유세는 총 2495만9161원이었다. 이는 부동산 세제 개편 이전에 내야 할 세금 4581만8272원보다 45.53% 낮아진 수준이다. 만약 해당 아파트 가격이 1년 동안 2억 가량 오른다고 가정할 경우 공정가액비율이 높아지더라도 시세차익에 장기보유 세액공제까지 받으면 매물을 내놓는 것보다 1억원 이상의 이득을 볼 수 있는 셈이다.
세무업계 관계자는 "거래세와 보유세 부담이 동시에 줄면서 다주택자들은 주택 매도 여부를 놓고 유불리를 따질 수밖에 없다"며 "집값이 보합세를 보이고 있고 매수자들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어 '일단은 지켜보자'는 심리가 더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직 종부세는 세율 조정을 포함한 근본적인 개편 방안이 발표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보유세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은 낮다. 매물 출하 요인도 그만큼 적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앞서 방기선 기재부 1차관은 지난 21일 "과도하고 불합리한 종부세 부담을 정상화하겠다"며 "보유세 부담을 적정 수준으로 환원하기 위한 세율 인하 등 근본적인 종부세 개편 정부안을 7월 세법개정안을 통해 확정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