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PO 삼수생' 현대오일뱅크가 반년 만에 한국거래소의 상장 예비 심사를 통과했다. 몸값 약 10조원으로 추정되는 현대오일뱅크는 올 하반기 기업공개(IPO) 대어로 떠오를 전망이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신규상장 예비심사 결과 현대오일뱅크가 상장 요건을 충족해 상장에 적격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대오일뱅크는 올해 하반기 본격적인 상장 절차에 착수하고 연내 유가증권시장 입성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증권신고서 제출, 국내외 기관을 대상으로 한 IR, 수요예측 등 절차를 남겨 두고 있다.
업계는 현대오일뱅크가 올해 반기 실적을 반영해 9~10월 기관 수요예측, 일반 청약 등 본격적인 IPO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한다. 해외투자자 유치를 위해 '135일 룰'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135일룰에 따라 증권신고서에 반영되는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시점에서 135일 안에 자금 납입까지 마쳐야 한다.
현대오일뱅크의 IPO 도전은 이번이 세 번째다. 2012년 상장에 도전했지만 국제 유가 하락에 따른 경영 환경 악화로 상장 계획을 접었다. 2018년에는 금융당국의 회계감리로 인한 절차 지연 영향으로 공모시장 분위기가 악화하면서 상장을 포기해야 했다.
세 번째 IPO 도전도 순탄치는 않았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12월 13일 거래소에 상장 예심을 청구해 6개월 가까이 지나도록 승인을 받지 못했다. 거래소 규정상 예비심사는 45거래일(약 2개월) 안에 결론이 나와야 한다.
상장 심사 초기 단계에서 걸림돌이 됐던 2대 주주 아람코의 이사선임권 문제가 원만히 해결됐음에도 상장을 계속 미루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연초 이후 증시 부진으로 기업공개 시장이 침체되자 적절한 상장 시기를 두고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오일뱅크의 몸값은 10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2019년 사우디 아람코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면서 8조원의 몸값을 인정받았고 이후 정유사업 실적이 개선되며 기업가치가 높아졌다.
최근 증시 환경이 어렵긴 하지만 고유가·정제마진 강세로 국내 정유사들이 역대급 실적을 달성하고 있는 만큼 IPO 흥행을 기대해볼 만하다는 평가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2021년 별도재무제표 기준 매출액 20조3189억원, 영업이익 565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1분기에도 7조2000억원의 매출에 70% 이상 증가한 영업이익(7045억 원)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을 올렸다.
상장으로 조달된 자금은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 투자될 예정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정유사업을 넘어 친환경 사업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2030년까지 화이트 바이오, 블루수소, 친환경 화학∙소재 등 신사업 이익 비중을 70%수준으로 늘리겠다"고 말했다.
1964년 설립된 현대오일뱅크는 석유 정제품 제조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지주회사인 현대에이치디(HD)가 지분 73.85%를 보유하고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기업 아람코(17%)가 2대 주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