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스가 '머천드코리아'를 인수해 알뜰폰 시장에 뛰어들었다. ⓒ토스

금융사들이 알뜰폰 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금산분리 완화 논의로 비금융 진출 족쇄가 느슨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자 신사업 진출에 시동을 거는 모습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모바일 금융 서비스 업체인 토스는 최근 알뜰폰 사업자(MVNO)인 머천드코리아 지분 100%를 인수, 알뜰폰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1998년 설립된 머천드코리아는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와 계약을 맺은 알뜰폰 업체로 가입자 수는 10만명 수준이다. 토스는 머천드코리아가 가진 기반과 토스인증서를 활용해 토스앱에서 알뜰폰 가입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토스 관계자는 "알뜰폰 요금제 탐색부터 편리한 개통까지 가입의 전 과정을 혁신할 것"이라며 "또한 가계 고정 지출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통신비 절감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토스는 국내 알뜰폰 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높게 보고 있다. 지난 2011년 알뜰폰 도입 이후 가입자 규모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아직은 전체 이동통신 시장 가입자의 약 14%만이 알뜰폰을 사용 중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9년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 받아 알뜰폰 사업에 진출한 KB국민은행이 성공적인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는 점도 주요했다.

KB국민은행은 2019년 12월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알뜰폰 브랜드 '리브엠'을 출시한 이후 2년 반 만에 가입자 30만명을 확보했다.

KB국민은행이 알뜰폰 시장에 뛰어들 당시만 해도 업계 내에서는 과소평가하는 분위기가 다분했다. 하지만 리브엠이 금융상품과 연계한 각종 혜택을 통해 기존 알뜰폰 업체보다 대폭 낮은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시장 분위기가 달라졌다.

가입자 30만명을 돌파한 리브엠은 국내 알뜰폰 후불 요금제 가입자(약 500만명) 기준으로 점유율 5%를 넘어선 상황이다.

알뜰폰의 사업성이 입증되자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도 시장동향을 살펴 보는 중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8일 KT·KT 알뜰폰사업자와 함께 '신한 알뜰폰 요금제'를 출시했고 하나은행은 지난 2020년 SK텔링크의 알뜰폰 서비스와 손 잡고 알뜰폰 제휴 요금제를 내놨다.

금융권이 알뜰폰 사업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일단 은행 이자이익만으로 성장에 한계가 있는 금융사로서는 비금융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것이 과제다. 동시에 비금융 분야에서 얻을 수 있는 데이터도 금융사 입장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특히 통신 사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비금융 데이터는 금융 거래 이력이 부족한 신 파일러(Thin Filer)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비금융 데이터를 통해 신용평가모델을 고도화하는 등 금융업과 연계한 혁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기존 알뜰폰 업계가 금융권 진출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어 부담이다. 대기업인 금융사 진출로 기존 중소 업체들이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며 사업 중단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동통신 대리점·판매점 등으로 구성된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는"부가조건 위반과 금권 마케팅으로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금융사의 알뜰폰 사업은 당장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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