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대형 식품사들이 미국 비건시장에 진출한다. 식품시장의 블루오션인 비건시장은 현재 미국을 중심으로 급격히 성장하고 있어 이제 첫 걸음을 뗀 국내 식품사들이 트렌드를 파악하고 비건 인구를 공략하기에 적합하다는 평가다.
25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신세계푸드는 오는 8월 중 미국에 대체육 전문 자회사 '베러푸즈(Better foods)를 설립하고 미주 시장에 제품을 선보인다. 신세계푸드는 베러푸즈 출범을 위해 최근 600만 달러(약 78억5400만원) 규모의 자본금을 출자했다.
베러푸즈는 온·오프라인 채널을 확보해 지난해 신세계푸드가 론칭한 대체육 브랜드 '베러미트(Better Meat)' 제품들을 주력으로 판매할 계획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대체육 제품을 개발 중이기도 한 미국의 선진 R&D 기술을 선제적으로 도입하고, 현지 생산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청사진도 세웠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향후 투자 및 자금 소요에 따라 내년 상반기에 400만 달러(약 52억3520만원)를 증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세계푸드는 대체육을 시작으로 비건제품 전반으로 발을 넓힐 것으로 예상된다. 신세계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혼밥, 건강식, 1인 메뉴 등에 대한 니즈가 커지면서 그룹에서 계열사별 식품 사업에 주목하고 있다"면서 "그 중에서도 블루오션인 비건식품에 대한 투자 비중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보다 앞서 미국 비건시장 진출을 타진한 곳은 풀무원이다. 약 30년전 미국 시장에 진출해 주력 제품인 두부를 판매하며 인지도를 쌓아온 풀무원은 지난해 초 미국에 식물성 지향 브랜드 '플랜트스파이어드'를 론칭하고 대부분의 제품에 식물성 단백질을 함유해 출시 중이다. 풀무원은 조만간 동·서부 생산기지를 이원화하고 신제품 출시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CJ제일제당도 미국 비건시장 진출을 타진했다. 육고기가 일체 들어있지 않은 냉동만두로 비건시장 공략에 발동을 건 CJ제일제당은 이슬람 국가에서 큰 호응을 얻고 미국, 유럽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미국 진출을 앞두고 CJ제일제당은 지난해 북미 최고 권위의 비건 인증을 받기도 했다.
최근 대체육 및 대체우유 등 대체단백질 제품도 출시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미국의 경우 당장은 국내 수출을 통해 시장 확대에 주력한다는 차원이지만, 앞으로 캘리포니아 풀러턴 공장과 뉴저지 공장 등에서 대체식품을 생산해 공급할 구상이다. 냉동·냉장형 제품은 물론 상온형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제품 개발이 추진된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비건인구를 보유 중인 시장이다. 세계 비건(채식)인구 1억8000만명 중 절반 이상인 972명이 미국인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비건시장이 수년간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식물 기반 대체육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 중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식품사들이 미국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제품을 선보여야 한다고 보고 있다. 코트라 미국무역관들은 "미국에서 최근 대체육 치킨이 뜨고 있다"며 "식물 성분으로 만든 소고기나 돼지고기 대체육 제품은 기존에도 많이 찾아볼 수 있었지만, 닭고기 대체육 제품은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아온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시장에서 이룩할만한 성과를 달성하면 브라질 등 남미로도 발판을 확장할 수 있을 전망이다. 유로 모니터에 따르면 세계적인 축산국가이기도 한 브라질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채식주의자 수를 보유한 10개국 중 하나로 급부상 중이다.
코트라 상파울루무역관은 "브라질 사람의 63%가 육류 소비를 줄이고 싶어하는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상파울루, 쿠리치바, 헤시피, 리우데자네이루 등과 같은 브라질 대도시 지역에서는 채식주의자 비중이 해당 지역 인구의 16%에 이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