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물연대 소속 노동자들이 하이트진로 강원공장을 막아서면서 이번에는 테라 등 맥주 제품 출고까지 차질을 빚게 됐다. 소주 출고율이 겨우 정상화 된 지 불과 열흘 만이다. 화물연대와 팽팽한 기싸움을 벌인지 어느덧 5개월 차에 접어든 하이트진로는 그간 제품 출고율 저하로 손해가 막대하다는 점을 고려해 '적극적인 공권력 투입'까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3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200여명은 지난 2일 오전 5시20분부터 하루 넘게 농성을 지속하고 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일부 수양물류 계약 화물차주들도 참여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이들은 화물차 20여대, 스피커차량 6대로 하이트진로 강원공장 앞 출입 도로를 봉쇄했다. 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화물연대 일부 노조는 강원공장 앞 강물로 투신위협까지 하고 나섰다. 현장에는 경찰 기동대가 투입됐지만 시위 강도는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상황이다.
하이트진로 강원공장은 테라 등 맥주 제품 생산을 주력하는 곳으로, 하루 평균 11만 상자를 출고해 왔다. 하지만 화물연대 파업으로 오전·오후 입출고가 불가해지면서 현재 출고율은 평시 대비 29% 수준까지 주저 앉았다. 앞서 이천과 청주공장에서의 화물연대 시위 강도를 고려하면 조만간 출고가 완전히 불가할 수도 있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화물연대는 이번주 내내 강원공장 앞에서 시위를 이어갈 계획이다. 그간 이천공장 앞에 진을 쳤던 시위 인원을 강원공장으로 추가 이동하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제 막 참이슬 등 소주 출고율을 예전 수준으로 끌어 올린 하이트진로측은 다시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게 됐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이천 및 청주공장 파업과 무관한 강원공장 앞 시위는 악의적이고 명분 없는 영업방해"라며 "적극적인 공권력 투입을 기대하며, 철저하게 책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하이트진로는 오는 8일까지 업무에 복귀하는 화물차주에게는 어떠한 책임도 묻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최근 이천·청주공장 화물차주들과 하이트진로의 화물운송 위탁사인 수양물류가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은 가운데 강원공장에서의 파업으로 상황이 재악화하는 것만은 막겠다는 것이다. 수양물류는 소주이송 화물차주들에게 휴일운송료 150% 인상안을 제시, 최종 협상에 들어갔다.
이번 최종안은 화물차주 측에서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익명을 요구한 한 화물·물류업계 관계자는 "당초 화물차주들도 길어야 1~2개월 농성으로 끝낼 생각이었는데 민주노총까지 가세하자 어부지리로 4개월 넘게 파업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들은 파업 기간인 3월 말부터 7월 말까지 수익도 없다"고 말했다.
업계는 민노총이 강원공장 앞 시위에 합류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민노총까지 가세하면 맥주 제품 야간출고도 어렵게 된다"면서 "맥주 성수기인 여름철에 소비자 피해만 커질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