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던 국제유가가 이틀 연속 상승했다. 과도한 경기 침체 우려가 최근 유가 하락을 이끌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가운데 주요 기관들의 유가 전망에 대한 의견도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국제유가는 지난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치솟기 시작했다. 지난 3월 WTI는 배럴당 130.50달러까지, 브렌트유는 배럴당 140달러까지 상승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원유 수요 둔화 우려로 최근 유가는 하락세를 보이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이란의 국제 원유시장 복귀로 공급이 증가할 것이란 기대감도 유가 하락을 이끌었다. 이에 WTI 가격은 이달 들어 80달러 대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전날 거래된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전일 대비 배럴당 2.39달러 상승한 90.50달러에 마감했다. WTI 가격이 배럴당 90달러 위에서 마감된 것은 지난 12일 이후 처음이다.
북해산 브렌트(Brent)유는 전일 대비 배럴당 2.94달러 상승한 96.59달러에, 중동산 두바이(Dubai)유는 전일 대비 배럴당 2.40달러 상승한 92.8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하이탐 알가이스 석유수출국기구(OPEC) 사무총장은 최근 국제유가 하락의 원인을 과도한 시장 우려로 꼽았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알가이스 사무총장은 "많은 추측과 불안이 유가 하락을 이끌고 있다고 본다"며 "중국에 대한 침체 우려도 과도하다"고 말했다.
향후 유가 전망은 엇갈린다. 경기 침체가 가시화할 경우 석유 수요가 줄어들며 유가가 하락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반면 언제든 100달러를 웃돌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원유 공급불안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이 코로나19 봉쇄조치를 해제하거나 겨울철을 앞두고 가스 대체제인 원유 수요가 늘어날 경우 유가는 상승할 수 있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완만한 경기 침체 시 국제 유가는 배럴당 83달러, 강한 경기 침체 시 66달러 전망을 유지한다"며 "경기 침체 우려가 해소되지 않은 한 국제유가는 6월 수준으로 상승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펀더멘털에서 점검한 국제유가 80달러 후반 수준은 과도한 하락은 아니라는 판단"이라며 "원유 시장 수급 균형에 관한 전망치가 이미 전쟁 이전"이라고 설명했다.
Barclay은행은 경기 침체 우려와 예상보다 적은 러시아의 공급 차질 규모로 단기 공급 과잉이 예상된다며 올해 및 내년 브렌트 가격 전망을 배럴당 8달러 하향 조정한 103달러로 전망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올 하반기 유가가 브렌트유 기준 130달러대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가 단기간 내에 복원될 가능성이 낮고 내년까지 추가 원유 공급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골드만삭스는 "이란이 이미 하루에 약 100만 배럴의 원유를 수출하고 있고 핵 목표를 향해 진전을 이루고 있다"며 "유럽연합(EU)의 최종 중재안에 동의할 유인이 적다"고 지적했다.이어 "이란의 원유 공급이 회복될 경우 2023년 브렌트유 전망이 배럴당 125달러로 5~10달러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심수빈 키움증권 연구원은 "유로지역에서 원유 대체제인 천연가스 재고가 부족한 데다 미국의 원유 비축물량도 9월이 지나면 물량이 소진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선에서 안착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천연가스가 비싸고 수급이 불안정해 유로 지역의 천연가스가 부족하게 되면 대체제인 원유 수요 증가로 이어질수도 있다"며 "유가가 낮게 유지되다가 겨울철 난방 수요가 늘어나는 10월 말부터 다시 오를 수 있는데 여기에 공급 부족 이슈까지 추가될 경우 가능성은 낮지만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