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달간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200억달러 가까이 줄어들며 4000억달러선도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만에 최대 규모의 외화가 빠져나갔으나 한국은행은 강달러 지속에 따른 전세계적인 현상으로 외환위기를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167억7000만달러로 전월말 대비 196억6000만달러 감소했다.
외환보유액은 지난 8월에 이어 2개월 연속 감소했으나 전월말 대비 감소폭은 8월(-21억8000만달러)보다 9배 이상 급증했다.
이번 감소폭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지난 2008년 10월(-274.2억불) 이후 역대 두번째 규모로 기록됐다.
외환시장 변동성 완화 조치와 기타통화 외화자산의 미달러 환산액 감소가 지난달 외환보유액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9월말 미 달러화 지수는 112.25로 전월말(108.77) 대비 3.2% 급등했다. 같은 기간 유로화(-2.0%)를 비롯해 파운드화(-4.4%), 엔화(-3.9%), 호주달러화(-5.2%)는 미 달러화에 약세를 보였다.
지난달말 외환보유액은 전년동월(4639억7000만달러)에 비해 472억달러 급감하며 4000억달러선 붕괴도 전망되고 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래 최대폭으로 감소함에 따라 외환위기를 대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경상수지가 흑자기조를 지속하고 있는데다 경제 펀더멘털도 탄탄한 만큼 외환위기를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오금화 한국은행 국제국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2000억달러 규모로 지금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며 "다른 주요국 외환보유액도 많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를 외환위기라고 표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환율상승 기대로 수입업체는 매입시기를 앞당기고 수출업체는 매도를 늦추는 경향이 있다"며 "외환시장 개입이 쏠림현상 등을 완화하고 시장이 회복하는데 도음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달리 현재 우리나라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국제적인 위상이 달라졌다는 점도 외환위기를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 한국은행의 설명이다.
우리나라는 2014년 이후 순채권국으로 전환됐으며 현재 외환보유액 규모는 GDP 대비 37% 수준으로 대외충격에 대한 완충작용을 하기에는 충분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우리나라 경제도 큰 충격을 받으면서 IMF는 당시 우리나라를 선진국과 신흥국의 경계선에 있는 것으로 구분했으나 이후 민간이 보유한 외화자산이 크게 늘어나면서 공적부문으로 감당해야 할 부분도 줄어들었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지난달 28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하면서 월 경상지급액 대비 외환보유액 비율도 6개월로 AA등급 국가 중간값(2.2개월)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피치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견조한 대외건전성은 현재의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충분한 수준의 안전판을 제공하고 있다"며 "대외순자산과 연간 경상수지 흑자 전망 등을 고려하면 대외건전성이 양호하다"고 평가했다.
4000억달러선이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경제 펀더멘털을 감안하면 충분한 규모로 숫자 자체가 의미를 갖지는 않는다는 지적이다.
오금화 국장은 "1조달러 넘는 외환을 보유한 일본도 1조달러선이 무너지는 것이 문제가 될 수는 없다"며 "외환보유액은 시장변동성이 증폭되고 쏠림현상이 나타날 때 활용하기 위해 비축해 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시장개입은 수출과 수입의 결제에 불편함이 없도록 함으로써 우리 경제가 원활히 돌아가게 하는 것"이라며 "경제 펀더멘털에 어긋나지 않는 수준에서 환율이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 한국은행의 목적"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