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사태' 여파로 회사채 시장이 급랭하고 있다. 지난달 4%대 금리로 거래되던 PF ABCP(자산유동화증권)이 사태 이후 8~10%로 뛰는 등 자금 흐름이 원활해지지 않은 탓이다.
19일 국회 정무위원회 양정숙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대신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등 증권사 10곳과 멀티에셋자산운용이 레고랜드 ABCP 2050억원을 편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별사 별로는 신한투자증권(550억원), IBK투자증권(250억원), 대신증권·미래에셋증권·삼성증권(각 200억원), 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DB투자증권(각 150억원), 유안타증권·KB증권(각 50억원) 등이다.
최근 회사채 투자심리를 가늠할 수 있는 신용 스프레드도 벌어지는 양상이다. 지난 14일 ‘국고채 3년물 금리’와 ‘회사채 3년물(AA- 등급) 금리’는 각각 4.207%, 5.320%로 신용 스프레드는 1.113%포인트까지 커졌다.
신용 스프레드는 지난 달 말 1.094%포인트를 기록했다. 신용 스프레드가 커졌다는 것은 회사채에 대한 투자심리가 악화됐다는 의미로, 기업의 자금 조달 여력이 위축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레고랜드 사태'는 강원도가 레고랜드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사업비 조달을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아이원제일차'가 부도가 나면서 확산됐다. 다만 신용평가업계에서는 타 지자체 전이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위기다.
한신평은 "강원도의 사례가 지방자치단체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으며, 지방재정에 대한 중앙정부의 개입, 통제 및 지원 등의 수단이 제도적으로 지방재정법 등 관련 법규에 근거하여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라면서도 "강원도의 경우 이러한 판단근거가 유효함에도, 채무상환 의지와 자본시장 접근성 측면에서 신용도 훼손 사유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단기적으로 투자자들의 투자 기피 현상이 현실화돼 차환 발행(채권 만기 시 상환에 맞춰 채권을 다시 발행하는 것)이 여의치 않아질 경우는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은 여전하다.
앞서 ABCP 발행 주관사인 BNK투자증권이 지급 불능 직후 채권단 회의를 개최한 바 있고, 강원도도 채무 불이행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회사채 시장이 전반적으로 얼어붙은 상황이다.
금융당국이 꺼내 든 20조원 규모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도 대안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채안펀드가 우량 공모채 시장을 중심으로 지원될 예정인 데다, 실제 집행까지 시일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단기적으로 충격은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다.
한광열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신용 스프레드는 전 영역에서 크게 확대됐다"며 "한국은행의 50bp 기준 금리 인상에 더해 레고랜드 이슈로 인한 ABCP 차환 리스크가 높아졌고, 이에 PF 익스포져가 큰 일부 금융 기관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