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파른 기준 금리 인상·강달러 현상 등 국내외 금융시장이 급변하면서 자금 경색 등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금융시장에 공포감이 걷잡을 수 없이 퍼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진정시킬 수 있는 금융시장안정화기구의 역할이 대두되고 있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는 회사채 시장과 단기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 채권시장안정펀드를 포함한 50조원 이상의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한국은행의 연속적인 기준금리 인상으로 채권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도 1400원을 훌쩍 넘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레고랜드 관련 채무보증 불이행 선언을 하면서 신뢰가 중요한 채권시장에 파장을 일으키며 채권시장 자금 경색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정부의 대규모 유동성 공급 조치에 국고채 금리가 일제히 하락하면서 공포 심리는 다소 가라앉았지만, 일각에서는 정부와 금융당국의 대응 속도가 너무 늦었다는 지적이 이어지며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위기 상황에 대비해 금융시장안정화기구 매뉴얼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한미 금융시장안정화기구 비교 및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서 활용되는 금융시장안정화기구는 대표적으로 채권시장안정펀드·P-CBO·회사채신속인수제도·증권시장안정펀드 등이 꼽힌다.
개안펀드·P-CBO·회사채신속인수제도는 채권시장 경색으로 기업으로의 자금공급이 막혔을 때 자금이 다시 흐르게 해 기업의 도산가능성을 줄여주고, 증안펀드는 주식시장의 가격부양을 목적으로 한다.
금융시장안정화기구는 미국에도 금융회사에 대한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 자본시장상품 매입 프로그램, 대출지원 프로그램 등 다양하게 마련돼 있다.
보고서는 위기상황에서 운영하는 미국의 금융시장안정화기구는 공통적으로 재원을 연준이 마련하고 운영과정에서 발생하는 신용위험은 미국 정부(재무부)가 부담하는 반면 한국의 금융시장안정화기구는 재원마련과 신용위험 부담을 민간금융회사에서 책임지는 부분이 많다고 분석했다.
이외에도 미국 금융시장안정화기구가 시장별로 세분화돼 있고 단기자금시장에 대한 개입을 신속히 실행하는 반면 한국은 시장별 세분화 수준이 낮고 단기자금시장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낮은 편으로 나타났다.
황세운 선임연구위원은 "금융시장 환경이 극심하게 나빠질 때 정부의 시장안정화 조치는 신속하고 과감하게 실행돼야 한다"며 "시장금리 급등으로 국내 금융시장환경은 점차 심각한 상황으로 변해가고 있고 향후 시장의 유동성 경색이 다시 나타날 수 있어 대응책을 선제로 마련할 필요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금융시장안정화기구들은 여러번의 실행경험이 축정돼 있음에도 재원마련과 위험부담 측면에서 매뉴얼화의 정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며 "매뉴얼화는 분초를 다투는 위기상황에서 기업의 생사를 가르는 중요한 차이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제도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