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함부르크항에서 하역 작업을 마치고 출항 준비중인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HMM 그단스크'호.ⓒHMM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해운업계를 호황으로 이끌었던 ‘코로나 프리미엄’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현실화하면서 해상 물동량은 감소하고 급등했던 해운 운임의 하락이 가속화하고 있다. 내년에는 전세계적인 고물가·고금리 기조 속에 산업 수출이 부진하고 소비가 위축되면서 해운 시장의 불황이 한층 짙어질 전망이다.

1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컨테이너선의 운임 시황을 나타내는 상하이 컨테이너 운임지수(SCFI)는 23주 연속 하락세가 이어지며 지난 25일 기준 1229.90를 기록했다. 연초 대비 70% 이상 하락한 수치다.

팬데믹 이후 각국 경기 회복과 함께 비정상적으로 급등했던 해운 운임은 제자리를 찾고 있다. 코로나19 발생으로 얼어붙었던 해운 시황은 2020년 하반기 이후 각국의 강력한 경기 부양과 소비 진작 속에 상승세를 탔다. 1년 이상 이어진 운임 상승은 올해 1월 SCFI가 사상 첫 5100선을 넘기며 최고점을 찍었다. 이후 완만한 하락세를 보이다 하반기 들어서는 운임이 급격히 꺾이고 있다.

실제 주요 노선의 운임은 팬데믹 초기 2020년 2분기 수준까지 하락했다. 11월4주 미주 서안노선 운임은 1TEU(길이 6m 컨테이너)당 1559달러로 팬데믹 이전인 2020년 1월 초와 비슷한 수준이다. 미주 동안은 1TEU당 3687달러로 연평균에 3분의 1 수준으로 급락했다. 유럽 노선 운임도 코로나 이전과 비슷한 1172달러에 그쳤다.

코로나 특수의 종결은 주요 항만의 체선 해소상황에서도 명확히 나타난다. 한국해양진흥공사에 따르면 최근 미국 서안의 주요 항만인 LA항과 롱비치항의 대기선박은 0척을 기록했다. 올해 초 해당 항만에는 오미크론 확산에 따른 물류난과 터미널 병목현상으로 인한 항만 체선이 극에 달했다. 당시 LA/LB항 대기선박은 100여척이 넘어 하역에만 최대 45일이 소요되기도 했다.

컨테이너 시장은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여파로 소비 구매력이 줄어들면서 물동량의 급격한 위축이 예상되며 이에 따라 운임 상황도 하방 압력이 더해질 전망이다. 11월 미주 컨테이너 주간 공급량은 59만4000TEU로 연중 최저를 기록했고 연말까지 물동량 약세가 예상된다.

여기에 해운시장의 ‘피크아웃’ 우려에도 글로벌 선사들이 공급을 늘리면서 운임 하락을 자극할 것으로 전망된다. 해운 분석 전문기관인 드루어리에 따르면 내년도 컨테이너 시장에는 260만TEU의 신조선이 인도될 예정이다. 특히 머스크와 MSC 등 글로벌 주요 선사들이 주도적으로 선복량을 늘리며 불황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수요 부진과 공급 증가 사이에서 호실적이 이어졌던 해운사들의 실적도 위축될 수 밖에 없다. 국내 최대 국적선사인 HMM은 지난 2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찍은 뒤 3분기부터 매출 및 이익 성장 둔화가 가시화되는 모습이다. 4분기부터는 전년 대비 30% 가까운 이익 감소가 전망되고 있으며 내년도 영업적자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영국의 해운분석업체 MSI는 "2022년 초 고점에 달했던 운임은 2분기부터 낙폭이 확대되며 전 항로에 걸쳐 팬데믹 불황 당시 수준으로 빠르게 회귀할 것"이라며 "스팟운임의 약세는 2023년에도 지속되며 확대된 운임 변동성을 고려할 경우 불확실성은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운임 상황이 급속도로 냉각되면서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복귀하고 있으며 내년도 글로벌 경기 침체가 이어지며 물동량 감소가 예상된다”면서 “신조 인도에 따라 선복공급이 늘지만 내년부터 시행되는 친환경 규제에 따라 노후선 폐선이 이뤄지면 공급조절 효과를 일부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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