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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국내 기업 사상최초로 연매출 300조원 돌파라는 새로운 역사를 쏘아올렸다. 지난 2012년 연매출 200조원을 넘어선 지 10년 만의 쾌거다.

6일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7.93% 늘어난 301조77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6일 공시했다. 영업이익은 43조3700억원으로 전년도 51조6300억원보다 16% 감소했다.

다만 삼성전자의 작년 4분기 실적은 시장 전망치를 밑돌며 부진했다. 4분기 영업이익은 4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9% 감소하며 어닝쇼크(실적충격)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5조원 아래로 내려간 것은 2014년 3분기 기록한 4조600억원 이후 8년 여 만에 처음이다.

4분기 매출은 70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58% 감소했다.

앞서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삼성전자가 작년 4분기 영업이익과 매출을 각각 6조9254억원과 72조7531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전망치 대비 영업이익은 2조6000억원, 매출은 2조7000억원 가량 하회했다.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는 '반도체 부진'의 영향이 컸다. 하반기 들어 전 세계적으로 경기침체와 고금리 현상이 심화되자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 사업이 다운사이클(침체기)에 들어섰고 결국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이날 사업 부문별 실적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골드만삭스는 삼성전자가 4분기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으로 1조5000억원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작년 동기의 8조8000억원 대비 83% 가량 쪼그라든 수준이다.

삼성전자 역시 글로벌 경기침체 등을 비롯한 대외환경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메모리 사업의 수요 부진이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사업은 글로벌 고금리 상황 지속 및 경기 침체 전망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우려로 고객사들이 긴축재정 기조를 강화하며 전반적인 재고조정 영향으로 4분기 구매 수요가 예상 대비 대폭 감소했다"며 "공급사들의 재고 증가에 따른 재고소진 압박 심화로 가격이 분기 중 지속 하락해 가격 하락폭도 당초 전망 대비 확대됐다"고 밝혔다.

여기에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현상으로 소비심리가 빠르게 위축되면서 스마트폰과 가전 부문의 실적도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모바일 사업도 매크로 이슈 지속에 따른 수요 약세로 스마트폰 판매·매출이 감소하며 이익이 감소했다"며 "가전 사업은 시장 수요 부진과 원가 부담이 지속되며 수익성이 악화됐다"고 밝혔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1분기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이 반도체(DS) 및 디스플레이(SDC) 부문의 부진한 실적을 일정 부분 상쇄할 것으로 내다봤다.

키움증권은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매출액 64조1000억원과 영업이익 4조700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라며 "DS의 경우 메모리 가격 하락과 출하량 부진이 이어지고, SDC는 수요 비수기 진입으로 인해 전 분기 대비 실적 감소를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러나 DX 부문의 실적은 갤럭시S23 등의 신제품 출시 효과가 반영되며, 전 분기 대비 큰 폭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4분기 부진한 실적을 받아 든 삼성전자가 올해 메모리 반도체 치킨게임(서로 양보하지 않다가 극한으로 치닫는 상황)을 실행에 옮기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반도체 업황이 악화되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키옥시아 등은 지난해 4분기 공급 축소에 나선 바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메모리 반도체 수요 급감에도 불구하고 "인위적인 감산은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올해도 이른바 반도체 혹한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결국 삼성전자 역시 경쟁사들처럼 감산에 동참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KB증권은 "삼성전자 4분기 잠정실적은 실적이 부진할수록 2023년 메모리 투자축소 필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삼성전자가 이날 발표한 잠정 실적은 한국채택 국제회계기준(IFRS)에 의거해 추정한 결과다. 아직 결산이 종료되지 않은 가운데 투자자들의 편의를 돕는 차원에서 제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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