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형 조선사에 이어 중견 조선사도 새해 첫 수주에 성공하며 올해 유조선을 중심으로 수주 확대에 나서고 있다.
노후선 교체 및 유럽의 '탈러시아' 수요로 인해 수주 전망은 긍정적이나 환경규제 불확실성과 높아진 금리, 만성적인 선수금환급보증 발급 지연 등이 부담으로 지목되고 있다.
26일 업계 및 외신에 따르면 대한조선은 최근 그리스 선사인 골든에너지(Golden Energy Management)로부터 15만8000DWT급 원유운반선 1척을 수주했다.
선가는 약 7700만달러 수준이며 동형선 1척에 대한 옵션이 포함돼 있어 추가 수주도 예상된다.
대한조선 관계자는 "선사가 이달 중 옵션을 행사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조만간 계약이 확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한국조선해양이 LNG선 등 가스선만 7척을 수주하며 순항하는 가운데 중견 조선사 중에서는 대한조선이 새해 첫 수주를 신고했다.
지난해 7억8000만달러 규모의 선박 10척을 수주한 대한조선은 올해 약 8억4000만달러 규모의 선박 11척을 수주한다는 목표다.
지난해의 경우 8000TEU급 컨테이너선 4척도 수주했으나 올해는 수에즈막스 유조선을 비롯해 LR2(Long Range2), 셔틀탱커 등 유조선 수주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대한조선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약 2년간 유조선 발주가 주춤했으나 올해는 노후선 교체 수요 등으로 인해 발주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그동안 많이 오른 선가가 올해 다소 조정될 수 것이라는 시각도 있어 향후 시장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케이조선도 올해 8억달러를 웃도는 선박 18척을 수주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 7억2000만달러 규모의 선박 14척을 수주한 케이조선은 올해 MR(Medium Range)탱커를 중심으로 수주를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지난해까지 가스선과 컨테이너선 중심으로 환경규제에 대비하기 위한 교체수요가 늘어났으나 올해부터는 이와 같은 수요가 케이조선의 주력 선종인 유조선 중심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장윤근 케이조선 대표는 신년사를 통해 "러시아 제재로 인한 수입노선의 다변화·원거리화 영향과 2025년부터 강화되는 유조선 환경규제 본격화 등 중장기적 시황 변화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컨테이너선, 특수선 등 8억2000만달러를 수주했던 HJ중공업은 아직 올해 수주목표를 확정하지 않았다.
HJ중공업 관계자는 "큰 틀에서의 사업계획은 정해졌으나 수주 관련 구체적인 수치 등은 다음달 중 확정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2억달러 중반 정도의 수주에 그쳤던 대선조선은 올해 3억5000만달러 수주를 목표로 하고 있으나 올해도 선수금환급보증(RG, Refund Guarantee) 발급 여부가 수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선조선은 1년 전인 지난해 1월 1000TEU급 4척에 대한 건조계약을 체결했으나 이에 대한 RG를 발급받는데 10개월이 걸리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권은 신용등급 등을 바탕으로 RG 발급한도를 조정하기 때문에 경기가 좋아진다고 해서 발급한도를 바로 늘려줄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하지만 RG 발급에 10개월씩 걸린다고 하면 조선사 입장에서는 그만큼 수주경쟁에서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국무회의에 관련 안건을 올리는 등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추진해야지 대통령이 연설 과정에서 지나가는 말로 한마디 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돈이 움직여야 하는 문제인 만큼 대통령의 한 마디로 기재부나 금융위가 움직이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Clarkson)에 따르면 현재 유조선 시장의 글로벌 선단 대비 수주잔량 비중은 약 3%로 역사상 최저 수준이다.
또한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가이아나(Guyana) 등으로부터의 원유 수입을 늘릴 경우 수에즈막스 유조선에 대한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유조선 발주가 늘어나겠지만 최근 2년간 이뤄졌던 컨테이너선 발주 만큼의 증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원의 양종서 수석연구원은 "노후선 교체수요와 최근 2년간 발주량이 극히 적었다는 점은 올해 유조선 발주를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요인"이라며 "하지만 글로벌 금리상승으로 인해 선박금융 금리가 연 10%에 육박한다는 점은 선사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제해사기구(IMO)의 향후 환경규제 방향 관련 논의가 답보상태라는 점도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며 "긍정적인 요소와 부정적인 요소가 혼재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발주가 상당폭 증가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