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선 HD현대 대표가 지난 1월 4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HD현대

HD현대(옛 현대중공업지주)가 정기선 사장 취임 3년째를 맞은 가운데, 지주회사에 이어 계열사 사명도 변경하며 그룹 이미지와 정체성을 탈바꿈하고 있다. 미래 지향적인 사명 아래 정 사장은 신사업 확대와 인재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HD현대는 지난 28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본점 소재지를 서울에서 글로벌R&D센터(GRC)가 있는 경기도 성남으로 변경하는 안건을 가결했다. HD현대의 GRC 시대가 공식적으로 개막한 것이다.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판교에 위치한 GRC는 그룹의 본사이자 연구·개발(R&D)의 최전선 역할을 하고 있다. 조선해양·에너지·산업솔루션 등 다양한 업종의 총 17개 계열사가 입주해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HD현대의 조선 부문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도 전날 주총에서 본사를 GRC로 변경했다. 사명도 'HD한국조선해양'으로 바꿨다. 같은 날 조선 핵심 계열사인 현대중공업도 주총을 열고 'HD현대중공업'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이 외에도 건설기계 부문 중간지주사 현대제뉴인이 'HD현대사이트솔루션', 현대건설기계가 'HD현대건설기계'로 사명을 교체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 HD현대는 그룹의 공식 이름을 현대중공업그룹에서 HD현대로 바꿨다.

HD현대가 그룹 이름에 이어 계열사 사명을 변경한 것은 낡은 기업 이미지를 타파하기 위해서다. 옛 사명인 현대중공업그룹은 전통적인 제조업 이미지가 너무 강하기 때문이다.

HD현대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이란 이름이 갖고 있는 이미지가 무겁고 에너지, 건설기계 등 여러 사업을 담기에는 한계가 있어 미래 50년을 준비하기 위해 사명을 바꿨다"고 말했다.

나아가 정 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한 지난 2021년 10월 이후 1년여 만에 그룹 사명 교체가 단행돼 오너 3세인 정기선 시대의 발판을 만들어 주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HD현대는 고(故) 정주영 창업주와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정치에 발을 들인 이후 전문경영인이 경영해 오다가, 정 이사장의 아들인 정기선 사장이 경영에 나서면서 오너 경영 체제로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전문경영인인 권오갑 회장이 그룹 회장으로서 사업 전반을 총괄하고 정 사장은 선박 자율운항, 수소, 지능형 로보틱스 및 솔루션 등 미래 신사업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45년을 그룹에 몸담고 있는 권 회장이 풍부한 경험과 경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정 사장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보좌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때가 되고 정 사장의 성과가 두각을 나타내면 그룹 전면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정 사장은 그룹의 미래 먹거리 확보만큼 인재 확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HD현대는 그룹 전체적으로 올 상반기에만 800여명의 대졸 신입사원을 채용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HD현대는 오는 31일까지 대졸 신입 공채 지원서를 받는다. HD한국조선해양과 HD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현대글로벌서비스·현대일렉트릭 등 6개 계열사 56개 직군에서 신입 사원을 뽑는다.

지난 1월에 이어 두 달 만에 대졸 신입 공채를 진행하는 것은 수주 호조를 보이고 있는 조선 부문의 설계, R&D 인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다.

또한 정 사장은 최근 연세대·고려대와의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한 산학협력 업무협약(MOU)' 체결에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조선업계 일각에서는 정 사장의 인재 확보 전략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선박 자율운항 자회사인 아비커스 본사를 강남 한복판에 두고 업계 최고 수준의 처우를 제공하면서 조선·해양 관련 전공 석박사들이 아비커스에 대거 입사했다"며 "판교에 그룹 본사를 둔 것도 인재 채용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는데 메리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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