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인 가구의 증가와 식문화 변화로 밀키트(Meal kit·반조리식품)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지만 밀키트 전문 판매점은 줄폐업 위기에 놓인 모습이다. ⓒ연합

1인 가구의 증가와 식문화 변화로 밀키트(Meal kit·반조리식품)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지만 밀키트 전문 판매점은 줄폐업 위기에 놓인 모습이다.

밀키트 점포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대면 접촉을 최대한 피하는 분위기 속에 빠르게 증가했지만 앤데믹 전환 이후 외부활동이 늘고 대형마트나 편의점, 백화점을 통한 제품 구매가 활발해지면서 소비자들의 발길이 뜸해졌기 때문이다. '팬데믹 특수' 업종 쇠락의 단면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팬데믹 당시 급격히 늘어난 밀키트 매장이 사실상 코로나 종국을 맞으면서 역풍을 맞고 있다.

상가매물 중개업체 '점포라인'에 따르면 이날 기준으로 수도권 밀키트 전문 매장 100여개가 매물로 등록돼 있다. 이 중에는 올해 초 매장을 열었다가 물건을 내놓은 사업주도 있었다. 매물 증가 수도 가파르다. 점포라인에 올라온 밀키트 전문 매장 매물은 지난 1월 말 70여개에서 거의 두 달 만에 30개가 추가로 늘어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확인되는 매물만 30여개가 늘어난 것"이라며 "중간중간 물건이 나가거나 아예 폐업처리를 한 점포도 상당하기 때문에 쏟아져나온 매물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 판매점 상황과는 다르게 전체 시장 규모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밀키트 시장 규모는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7년 20억원에서 발생 직후인 2020년 1880억원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기준으로는 2587억원 수준이다. 밀키트 시장 규모는 2025년까지 725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꾸준한 수요를 빨아들이는 것은 대형 유통채널이다. 대형마트와 편의점이 식문화 트렌드에 따라 밀키트 제품을 크게 늘리면서 전문 판매점과의 차별점을 크게 줄인 것이 작용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실제 편의점 업계는 PB 제품을 쏟아내는 동시에 유명 레스토랑과 협업한 밀키트까지 출시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마트24는 밀키트 상품을 지난해 20여종에서 올해 44종으로 2배 이상 늘렸다. 또 카탈로그를 제작, 배포해 소비자들이 원하는 밀키트를 예약주문 할 수 있게 했다.

이마트24 측은 밀키트 예약주문 고객이 지난해 11월부터 매달 10% 이상 증가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이 결과 이마트24의 밀키트 매출 성장률은 지난달 전년 대비 401% 증가했다. 지난 1∼6일 매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배 이상 성장했다. 주요 대형마트들도 밀키트 부문에서 20%대의 매출 신장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밀키트 전문 매장이 마트·백화점·온라인몰 등에서 유통되는 밀키트 제품과 비교해 특별한 차별점이 없는 것도 큰 요인"이라며 "전문 판매점보다 대형 유통채널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신뢰도가 더 높다는 소비자 인식도 상당 부분 반영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팬데믹 당시 소자본 창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밀키트 매장이 우후죽순 늘어나다보니 사후관리가 미흡한 경우도 비교적 많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업체에 대한 대체적인 반응도 관리 직원이 상주하는 대형 유통 채널과 제품 관리나 민원, 문제 발생 측면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는 것으로 수렴된다.

이와 관련 무인 밀키트 매장에서 유통 기한이 지났거나 상한 음식을 구매했다는 불만이 소비자고발센터로 접수되는 건수도 최근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무인점포 업계 관계자는 "영세한 무인점포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면서 서비스 관리가 사실상 잘 안 되고 있는 것은 이미 업계에 잘 알려진 사실"이라며 "관리가 미흡할 경우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 본사 차원에서도 점주에게 철저한 관리를 권고하지만 잘 수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식약처는 올 초 식품안전관리지침을 개정해 '무인 식품 취급 시설'의 영업 형태별 맞춤형 위생 점검 항목을 나눴지만 무인 업소와 일반 업소를 구분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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