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정부가 지난 1년간 각종 부동산 규제를 푼 가운데 세제 개편과 미분양 해소는 숙제로 남아 있다. 최근 전국을 뒤흔들고 있는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는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여소야대 국면으로 인한 윤 정부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국민과 야당 설득을 통해 추가적인 규제 완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10일 윤석열 정부가 취임 1주년을 맞이했다. 지난 1년간 윤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는 '규제 완화'로 요약된다. 각종 규제를 풀어 꽉 막힌 거래 물꼬를 트고 급등한 집값을 잡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실제 윤 정부는 1·3 대책을 통해 서울 강남 3구와 용산구만 제외하고 규제 지역을 모두 해제했다. 분양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분양권 전매제한을 수도권은 최대 10년에서 3년, 지방은 최대 4년에서 1년을 줄였다.
이 밖에 윤 정부는 △실거주 의무 요건(분양가 상한제 적용 주택 최대 5년→폐지)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3000만원→1억원)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완화 △취득세(최고 12%→6%)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합부동산세 완화 등 조치를 단행했다.
윤 정부의 당면 과제는 전세사기·깡통전세 해결이다. 전세사기로 인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들이 속출하면서 이를 해소하기 위해 국회 차원에서 '전세사기 피해 지원 특별법'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여야가 전세사기 피해자 요건과 보증금 반환 채권 매입 등 쟁점을 놓고 평행선을 달리면서 법안 처리는 늦춰지고 있다. 이날 여야는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전세사기 피해 지원 특별법 심사를 진행한다. 하반기에 전세사기 피해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신속한 법안 처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윤 정부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윤 정부가 직면한 또 다른 과제는 미분양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2104호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대비 3334호(4.4%) 줄어든 수치다. 지난해 4월 이후 11개월 남에 미분양이 감소세를 보인 점은 긍정적이지만, 미분양 물량 자체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20년 장기 평균인 6만2000호를 훌쩍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이른바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8650호로 전월 대비 1.1%(96호) 늘었다. 지난 2021년 6월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당장 정부는 미분양 해소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지난 2월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미분양 주택 해소는 분양가 인하 등으로 시장에서 풀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분양가를 낮춰도 미분양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에는 정책 당국이 고민을 할 수는 있지만, 현재 시점에서 정부의 미분양 주택 매입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사실상 1·3 대책이 미분양 해소에 초점을 맞춘 만큼 시장 동향을 보고 최후의 보루인 '주택 매입' 카드를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윤 정부는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낮춰 사실상 부동산 보유세를 줄이는 효과를 냈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지난해보다 18.61% 하락했다. 이는 지난해 전국 공동주택 가격 하락률 15.59%에 2020년 수준인 69%의 현실화율을 적용한 결과다. 이로써 올해 보유세 부담은 2020년 대비 20% 이상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윤 정부의 보유세 완화 기조가 '국토의 효율적 이용'에 반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조세 제도의 전면적인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보유세를 높이고 거래세를 낮추는 방향으로 가야 부동산이 '보유' 중심이 아닌 '이용' 중심으로 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추가적인 규제 완화를 당부했다. 서 대표는 "윤 정부가 글로벌 경제 위기와 고금리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 경착륙 방지를 위한 규제 완화 대책을 시의적절하게 폈다"면서도 "법 개정을 통해 규제 완화 속력을 내줘야 한다. 결국 국민과 야당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당분간 지역별·입지별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기 때문에 시장 연착륙에 목맬 필요는 없다"면서도 "지난 정부에서 유독 대출을 규제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이를 완화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