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사비 증액 문제로 인한 시공사와 사업자 간의 갈등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건설사들이 알짜배기 수주까지 포기하고 있다. 건설사들의 기조가 사업성을 따지고 출혈 경쟁을 피하는 것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시멘트·콘크리트 가격 상승으로 공사비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수주를 포기하는 건설사들이 많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 20일 DL이앤씨는 '과천주공10단지' 재건축 정비사업 참여를 포기했다. 과천주공10단지는 지하철역(과천역·4호선)과 관악산이 5분내에 위치한 데다 사업성도 높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지역이다.
이와 관련해 DL이앤씨 측은 "지난 10개월간 과천주공10단지를 명품 단지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지만 건설경기 등 외부상황에 여러 변화가 있어 재건축 사업 참여가 어렵다는 결정을 내리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건설사들의 수주 포기 및 계획 철회 사례는 계속되고 있다. 2월 대우건설은 울산 동구 일원에 644세대 규모의 주상복합아파트를 짓는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대우건설은 2021년 시행사와 시공계약을 체결하고 시행사는 브릿지론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등 사업이 순차적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올해 원자재 가격이 2021년 대비 급등하면서 공사비가 대폭 늘어났고 대우건설은 리스크 관리(공사비 인상·미분양 사태 등) 차원에서 사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브릿지론이란 신용도가 낮은 시행사가 공사착공 전에 제2금융권으로부터 조달하는 단기 차입금을 뜻한다.
중견 건설사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반도건설은 경기도교육청 남부청사 부지에 500가구, 공사비 약 5000억원 규모의 아파트 단지를 지으려 계획했으나 부동산 경기가 하락하고 관련 주체 등의 협상이 불발되면서 결국 사업 계획을 철회했다.
쌍용건설은 경기 군포시 설악주공8단지 리모델링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포기했다. 이 사업은 1471가구 아파트를 1691가구로 증축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였지만, 쌍용건설은 시장 현황과 수익성을 고려했을 때 사업 철회가 이익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중견사 관계자는 "선분양제도로 공사가 진행되다 보니 지금처럼 공사비가 급등하면 해결 방법이 없는 상태로 결국 수주를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시공사가 계약을 파기한다는 것은 그만큼 마진이 없다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선분양제도란 주택이 완공되기 전 입주자가 분양하고 납부한 계약금·중도금을 이용해 시공사가 주택을 건설하도록 하게 한 제도다.
건설공사 비용은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후부터 계속해서 증가세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지표를 보면 지난 4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51.26p로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때(2020년 4월·117.93p)부터 4년간 28.26%(33.33p)가 늘었고 2016년 4월부터 2019년 4월까지는 14.79% 증가했다.
매년 4월 기준 연도별로는 △2016년 4월·101.12p △2017년·106.29p △2018년·110.86p △2019년· 116.08p △2020년·117.93p △2021년·128.65p △2022년·145.85p △2023년·151.26p이다.
업계에선 건설공사비지수가 계속 증가한 상황에 원자재 가격 상승도 예고된 만큼 공사비 증가가 올 하반기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건설사들은 신규 수주에 더욱 신중해질 가능성이 크다.
한화투자증권 보고서를 보면 지난 4월 국내 건설 수주액은 작년 동기보다 44% 감소했다. 감소 폭은 2017년 10월 이후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 주거용 건축 수주의 감소 폭은 작년 동기보다 63.2% 줄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관계자는 "펜데믹 이후로 공사비가 급격하게 올랐고 최근에는 전기료 인상으로 시멘트·콘크리트 업계가 가격 상승을 이야기하고 있기에 공사비 증액은 향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계약서에 따라 공정별 공사비 증액(물가반영 수치 등) 여부가 나뉘는데 민간계약의 경우 공공계약 보다 더 어려운 환경일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