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연간 3억대 출하량으로서, 시장 점유율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 스마트폰 업체로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양대 축을 이루었지만, 삼성전자가 세계 1위를 유지하고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을 철수한 분기점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이다.
삼성전자는 2010년에 rigid OLED를 채택한 Galaxy S를 출시함으로써, 전 세계 어떤 스마트폰 업체도 꿈꾸지 못한 OLED 스마트폰 시대를 열었다. OLED의 선명한 색상은 전 세계인의 눈을 사로잡았고, Galaxy S의 적색은 '한국의 적색'이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스마트폰 시대를 개화시킨 애플(Apple)의 아이폰(iPhone)은 “retina LCD”로서 Galaxy S의 질주를 막으려고 노력했지만, 2017년에는 결국 OLED를 채택한 iPhone X을 시장에 내놓게 됐다. 반면에 LG전자는 LCD 스마트폰만으로 사업을 지속했기 때문에 시장 지배력이 약화됐고, 스마트폰 구매량 1위국인 중국마저 OLED 스마트폰으로 교체되기 시작하자 백기를 들고, 사업 철수에 이르렀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OLED 스마트폰 무한 질주는 OLED를 사용한 iPhone X 출시와 중국 시장 점유율 감소와 함께 점차 입지를 잃어 갔다. 2017년에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용 OLED 구매량이 2억4천만대까지 달했으나, 2022년에는 OLED 구매량이 1억2천만대로 반토막 났다. 연간 출하량 3억대 중에서 LCD 사용량이 1억 8천만대 정도이다. 고가의 OLED 스마트폰 판매량 감소와 함께 삼성전자의 매출과 영업이익도 감소했다.
이틈을 타,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저가의 flexible OLED로서 삼성전자 문을 열기 시작했다. 아직 물량은 매우 적지만 시장에서 이 스마트폰들의 평판이 나쁘지 않으면, 기업 생리상 저가 제품의 구매량은 서서히, 아니 어쩌면 급격하게 증가할 것이다.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제조 라인은 rigid OLED를 생산하는 A2와 flexible OLED를 생산하는 A3/A4 라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삼성전자의 OLED 스마트폰 판매량 감소는 삼성디스플레이의 라인 가동률 하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A2 라인의 가동률이 현격히 낮아졌으며, 2~3년 이내에 A2 라인에서 스마트폰용 OLED 생산을 멈출 것으로 우려된다.
삼성디스플레이가 판매하는 rigid OLED는 20달러 정도, flexible OLED는 저가가 60달러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 반면, 중국제 rigid OLED는 8달러 정도이고 flexible OLED는 12달러 정도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고가의 LCD 폰에 사용되는 LTPS LCD 가격은 11달러 정도이다. 중국의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LCD 시장 장악에 이어 OLED 시장도 장악하기 위해 국가 지원을 바탕으로 막대한 투자를 진행하여 왔다. 하지만 아직 전체 생산 캐파에 비해 가동률은 50%도 안 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의 스마트폰 업체들은 화질이 우수하고 폼팩트가 좋은 flexible OLED로서 모든 LTPS LCD를 대체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저렴한 가격이 받쳐주기 때문이다.
문제는 삼성전자가 만드는 스마트폰에서 LTPS LCD가 중국제 flexible OLED로 대량 교체될 수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 관점에서는 나쁠 리가 없다. 좋은 디스플레이가 사용된 저렴한 스마트폰은 매우 매력적인 제품이다. 하지만, 이제까지 스마트폰용 OLED 시장의 바닥을 다져온 삼성디스플레이의 제조 라인은 멈추고, 숟가락 들고 슬며시 자리에 앉는 중국에 안방을 내주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한국의 LCD 사업이 철수하게 된 것은 세트 업체들이 중국의 LCD 구매량을 늘림에 따라 시장을 잃었기 때문이다. 이미 LCD 시장에서 이런 전철을 맛보았는데도, 또다시 한국의 OLED를 버리고, 영업 이익을 좇아 중국제 OLED 로서 스마트폰을 만든다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은 고쳐야 할 것이다. 소 잃은 놈은 외양간 고쳐주고 소 사줘도, 또 소 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