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아스파탐을 발암 물질로 지정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국내 식품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아스파탐 함유 식품을 제조 중인 업체는 대체재 사용을 검토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논란이 확산하자 최근 급팽창한 '무설탕(제로슈거) 시장'이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4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WTO 산하 IARC는 이달 14일 아스파탐을 '발암 가능 물질(2B군)'로 지정할 전망이다. 아스파탐은 가공 식품 제조 시 단맛을 주기 위해 사용되는 식품첨가물로 전 세계 200여 개국에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당장 국내에선 식음료 제조사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롯데칠성음료가 유통하는 '펩시 제로' 3종(라임·망고·블랙)에 아스파탐이 함유돼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글로벌 펩시 측과 다른 인공감미료로 아스파탐을 대체할지 여부를 협의 중이다. 이 밖에 칠성사이다 제로, 밀키스 제로, 탐스 제로 등에는 아스파탐이 아닌 다른 감미료를 사용 중이다.
막걸리를 생산·판매하는 서울장수는 '달빛유자'를 제외한 제품에 아스파탐을 극소량 첨가하고 있다. 지평주조의 '지평생막걸리', 국순당 '생막걸리' 등에 아스파탐이 들어있다. 오리온과 크라운제과의 일부 과자에도 아스파탐이 사용되고 있다. 오리온의 경우 과자에 뿌리는 양념 가루(시즈닝)에 아스파탐을 사용하고 있는데 다른 원료로 대체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진다.
아스파탐이 업계를 뒤흔들고 있지만, 정작 아스파탐의 유해성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IARC는 암 유발 여부와 정도에 따라 물질을 5개군으로 나눈다. 아스파탐이 분류될 예정인 2B군은 '인체에 대한 연구가 제한적이고 동물 시험 자료가 충분치 않은 경우'에 해당한다. 2B군에는 김치와 같은 절임 채소류나, 알로에 베라 등이 포함돼 있다.
통상 1급 발암 물질로 불리는 담배, 석면의 경우 IARC 분류상 1군에 위치하고 붉은 고기, 우레탄 등 발암 추정 물질은 2A군으로 나뉜다. 반면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아스파탐을 인공감미료로 승인한 상태다.
FDA는 아스파탐의 일일 허용 섭취량을 체중 1kg당 하루 50mg으로 정하고 있다. 이는 70kg 성인의 경우 하루 3500mg 이하로 섭취하면 된다. 식약처가 과거 발간한 자료를 보면 체중이 60kg인 성인이 다이어트 콜라 1캔(250㎖·아스파탐 약 43㎎ 기준)을 하루에 55캔 이상 매일 마실 경우 일일섭취허용량(ADI) 초과한다.
이미 식약처는 아스파탐 등 감미료에 대해 ADI를 설정해 엄격하게 관리 중이다. 아스파탐이 사용되는 막리의 경우도 안전한 수준에서 관리되고 있다. 식약처는 "성인(60kg)이 하루 막걸리 33병을 마셔야 ADI에 도달할 수 있다"면서 "사실상 하루에 이렇게 많은 양을 먹을 수 없기 때문에 안심해도 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아스파탐 발(發) '발암 공포'로 인해 무설탕 시장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이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무설탕 탄산음료 시장 규모는 3000억원으로 지난 2016년(903억원) 대비 232% 성장했다.
전 세계적으로 봐도 무설탕 탄산음료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총 432조원어치의 탄산음료가 팔렸는데 이 중 18%(약 80조)는 무설탕 탄산음료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지난해 전 세계에서 팔린 탄산음료 다섯 캔 중 하나는 무설탕 음료였던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무설탕 시장 위축 가능성'에 대해 "아스파탐은 이미 공신력 있는 기관(FDA·식약처)에서 인증을 한 물질"이라며 "새로운 물질을 갖고 제품화를 해서 문제가 생겼다면 더욱 적극적으로 조처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스파탐 이전에 에리스리톨(단맛을 내는 인공 감미료) 이슈(심장병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면서 "결국 대체감미료는 설탕보다 칼로리는 낮지만, 신체가 당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는 측면에서는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이번 사태가 '대체감미료를 맹신하지 않는 게 좋다' 식의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