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잠정합의안 극적 타결되며 파업 위기 넘겨
현대제철, 14차례 교섭에도 노사 격차 좁히지 못해
“단순한 숫자 비교 무리” 연내 타결 위해 노력해야

파업 위기까지 갔던 포스코 임단협이 극적으로 타결된 가운데 아직까지 잠정합의안 도출에 난항을 겪고 있는 현대제철의 협상 결과에도 관심이 몰리고 있다.
현대제철 사측은 현대차그룹 부품 계열사와 비슷한 수준의 제시안을 전달했다는 입장이나 노조 측은 창립 70주년 특별 공로금 등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며 사측의 제시안이 조합원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같은 업종이라고 해도 기업마다 사정이 다른 만큼 단순한 숫자의 비교보다 지속적인 협상을 통해 타협점을 찾을 수 있도록 노사가 힘을 모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노사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을 타결했다.
포스코노동조합이 지난 9일 실시한 잠정합의안 찬반투표에 총 1만1245명의 조합원 중 1만856명이 참여해 50.91%(5527표)의 찬성으로 잠정합의안이 가결됐다. 반대표(5329표, 49.09%)와의 격차는 198표에 불과했다.
이번 잠정합의안 가결로 포스코는 설립 이후 55년만에 파업이라는 위기를 극복하고 생산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
포스코는 지난 5월부터 24차례에 걸쳐 교섭을 진행했으나 사측 제시안과 노조 요구안의 격차를 좁히지 못했으며 노조는 지난달 초 교섭결렬 선언과 함께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신청을 접수했다.
조정 기간을 한 차례 연장하며 총 20일간 추가적인 협상에 나선 노사는 조정기간 마지막 날인 지난달 30일 저녁까지도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최종 조정회의가 열리기 직전인 지난달 28~29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통해 조합원들의 지지를 확보한 노조는 조정기간에도 노사 합의를 이뤄내지 못할 경우 합법적으로 파업을 비롯한 쟁의행위에 나설 수 있게 되는 상황이었다.
이에 이례적으로 김태기 중노위원장이 조정회의에 참석하는 등 진통을 겪은 끝에 포스코 노사는 10월 31일 새벽 잠정합의안을 도출하는데 성공했다.
잠정합의안에는 기본임금(Base-Up) 10만원 인상(자연상승분 포함 17만원 수준), 주식 400만원 등 700만원의 일시금 지급, 격주 주 4일제 도입 등의 내용이 담겼다.
포스코 노사는 오는 13일 조인식을 갖고 올해 임단협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포스코가 사상 첫 파업 위기를 넘기면서 아직까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현대제철 임단협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 3일 14차 교섭에 나섰으나 노조는 사측의 제시안이 조합원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다며 추가 제시안을 요구했다.
사측은 기본급 10만원(정기승호 포함) 인상, 성과금 400%+1200만원을 골자로 하고 있으나 노조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전국금속노조인천지부 현대제철지회는 14차 교섭 직후 홈페이지를 통해 창립 70주년 특별 공로금이 제시되지 않으면 교섭을 끝내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노조 측은 “제시안 속에 특별 공로금이 포함됐다는 것이 사측의 주장이나 지난해에도 특별 공로금으로 명시된 것이 없어 아직 지급받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사측은 현대차그룹 부품 계열사와 비슷한 수준의 제시안을 마련했다는 입장이나 노조 측은 현대차그룹 계열사에 비해 사측의 제시안이 부족하다며 창립 70주년 성과금 포함 지난해 영업이익(1조6164억원)의 25%에 달하는 성과금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임금 11만1000원 인상과 함께 400%+1450만원, 상품권 등의 성과금 지급을 골자로 하는 합의안을 마련해 올해 임단협을 마무리했다. 현대위아는 기본급 10만1000원 인상과 성과금( 400%+1170만원+상품권 30만원), 현대트랜시스도 기본급 10만1000원 인상 및 성과금(400%+1180만원+상품권 20만원)을 골자로 하는 합의안을 마련해 임단협을 타결했다.
현대제철은 아직 잠정합의안을 이끌어내지 못했으나 포스코 노조와 같이 중노위 조정에 들어가는 등 큰 충돌 없이 연내 임단협 타결을 목표로 지속적인 협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올해가 채 두 달이 남지 않은 시점에서 노사 간 격차를 좁히지 못할 경우 임단협이 해를 넘길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마다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제시안에 담긴 숫자만으로 다른 기업 임단협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포스코 노조가 소속된 한국노총과 현대제철이 속한 민주노총의 임단협 지침이 다르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측과 마찬가지로 현대제철 노조도 올해 임단협 교섭이 내년까지 이어지는 것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정례적인 교섭 뿐 아니라 필요에 따라 실무교섭도 수시로 진행하는 만큼 조속한 시일 내에 임단협을 마무리할 수 있기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