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3일 서울·울산 각각 기념비적 행사 동시 진행
‘바퀴 달린 스마트폰’ 넘어 고객에 ‘혁신 경험’ 제공
車 제조 산업 각종 규제 ↑…“SW 개발 앞서가야”
“친환경차 전환과 SW 연구·개발 구분”…개발 효율↑
현대차그룹 ‘포티투닷’…통합 OS 개발·실증 ‘중책’

지난 11월 13일, 현대자동차의 미래 비전을 밝히는 기념비적인 행사가 울산과 서울, 두 도시에서 동시에 열렸다. 현대차의 ‘심장’인 울산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전동화로의 전환을 차질 없이 이어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서울에서는 송창현 현대차·기아 SDV본부장 겸 포티투닷 대표가 주도해 소프트웨어중심자동차(SDV) 전환을 위한 연구개발 성과를 공유하고, SDV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의 핵심 행사가 하루에 동시 진행될 수 있었던 배경은 정의선 회장의 ‘디커플링(탈동조화)’ 전략이 주효했다. 정의선 회장은 늘 친환경 차 개발과 함께 ‘소프트웨어 기업으로의 전환’을 강조했다.
정의선 회장은 기존 자동차 사업의 관행인 수직적인 업무 방식에 머물면 SDV 전환을 가속화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포티투닷을 현대차그룹의 ‘퍼스트무버’로 낙점, SDV 연구·개발 특명을 맡기고 소프트웨어 개발 속도를 앞당기도록 했다는 분석이다.
정의선 회장이 이끄는 현대차그룹의 궁극적인 목표는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프로바이더’다. 전기차·수소전지차 등 친환경 모빌리티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고객에게 혁신적인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 이 중심에 SDV가 있다.
SDV란 자동차의 ‘스마트폰화’다. 스마트폰 이전 전화기 기능이 통화와 문자에 불과했다면, 이제는 검색·쇼핑·게임·촬영 등을 스마트폰 하나로 해결한다. ‘이동수단’에 불과했던 자동차의 정의가 ‘바퀴 달린 스마트폰’으로 확장된다는 것이다. SDV 정의가 자율주행 기술에 국한되지 않는 이유다.
또 스마트폰은 새 기기를 사지 않아도 운영체제(OS) 업데이트를 통해 최신폰과 동일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 스마트폰의 일상생활 속 활용도는 지금도 지속해 향상되고 있다. 반면 스마트폰 시장 과도기 당시 소프트웨어(SW) 중요성을 간과한 노키아, 모토로라 등은 시장에서 외면받았다.
다만 스마트폰 시장에서 아이폰이 평생 1위로 군림하리라고 보장할 수는 없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또 혜성처럼 다른 혁신 기술이 등장해 소비자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SDV로의 전환을 통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바가 바로 ‘고객에게 지속해 좋은 경험을 제공하는 것’인 이유다. 현재 완성차 업계 중 SW 기술력이 가장 앞서 있는 테슬라는 이미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 제공으로 유연하게 소비자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SW 업데이트를 통한 향상된 자율주행 기능 등을 제공, 소비자 만족도를 높였다.
현대차그룹 역시 하드웨어 공급자를 넘어 SW·OS 공급자로 역할 확장을 준비 중이다. 현대차그룹 역시 오는 2025년 모든 차종을 SDV로 전환하고, 전 세계 현대차그룹 차량에 OTA를 제공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문제는 가보지 않은 길을 걸으면서 발생했다. SDV로의 전환은 ▲내연기관차에서 친환경차로의 하드웨어 전환 ▲안전·편의사항 관련 각종 SW 연구·개발 ▲이를 통합 관리할 OS의 개발, 세 가지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자동차 산업은 이미 각종 안전 규제를 준수하기 위한 수직계열화가 익숙하다. 하드웨어 전환 속도에 맞춰 SW와 OS를 연구·개발하다가는 토요타, 폭스바겐 등 여타 완성차 기업의 SDV 전환 속도보다 뒤처질 수 있는 상황이다.

디커플링이 현대차그룹 전략이 된 배경이다. 정의선 회장은 현대차그룹 내 계열사에 각각의 임무를 부여하고 있다. 예를 들면 완성차 제작사인 현대차·기아는 전동화 전환을 위한 하드웨어 플랫폼 개발을 주도하고, 자동차 부품사였던 현대모비스는 SW 개발에 몰두하는 식이다.
중복 연구·개발도 서슴지 않는다. 예로 현대모비스, 모셔널, 포티투닷 등은 각각의 방식으로 자율주행을 연구개발한다. 새로운 길을 개척하기 때문에 다양한 플랜을 준비하는 것이다.
SDV 대전환에서 특히 중요한 건 차량용 통합 OS 개발이다. 아이폰처럼 지속해 향상되는 소비자 경험을 제공하려면 현대차그룹만의 OS를 갖춰야 한다. 또 고객 경험으로 쌓인 데이터를 더 많이 확보해야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정의선 회장 또한 그룹 신년회에서 “데이터만큼은 확실히 장악하는 게 중요하다”며 “안전과 품질에 직결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독자적 OS를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포티투닷을 주축으로 꾸려진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소프트웨어센터는 통합 OS 개발 등을 주도한다. 특히 송창현 SDV본부장이 이끄는 포티투닷은 현대차그룹의 ‘퍼스트무버’ 중책을 맡았다. 개발된 SDV가 실생활 및 미래의 고객에게 적용될 수 있는지 실증하고, 실증 작업이 완료되면 이 기술을 고도화한다. 친환경 차 개발과 별개로 SW·OS 개발·실증에 집중해 소프트웨어 차량으로의 전환 속도를 앞당기는 역할이다.
디커플링 전략으로 현대차그룹의 SDV 전환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송창현 대표는 HMG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SDV라고 하면 단순히 ‘스마트폰 같은 자동차’ 또는 ‘OTA가 되는 차’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사용자 경험이 바뀌는 몇 가지 현상에 불과하다”라며 “(진정한 SDV 전환은) 소프트웨어 개발 방식을 차량 개발에도 도입해 표준 아키텍처와 운영 체계 중심으로 자동차의 모든 기능을 개발하고, 주행∙안전∙편의 기능 및 앱 서비스까지 빠르게 개선을 반영, 나아가 브랜드 아이덴티티까지 규정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주도하는 이동 디바이스로의 전환’을 이뤄내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