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공=한국교통안전공단]

올해 급발진으로 인정받은 사고는 단 한 건도 없다. 올 1월부터 11월까지 총 21건의 급발진 의심 사례가 나왔다. 하지만 운전자의 운전 미숙, 소프트웨어 오작동과 차량 결함 등 다양한 이유가 급발진 원인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증명할 수 있는 객관적 증거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 정부와 제조사는 다양한 연구와 실험을 통해 변수를 최대한 제거하려 하나, 급발진 의심 사례는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원인을 제거할 수 없다면 차선책은 운전자 스스로 사고를 예방하고 사고를 최소화하는 것밖에 없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이 15개 제작자의 364개 차종을 대상으로 시뮬레이션을 펼친 결과, 최적의 대응 방식은 ‘전자식 주차브레이크(EPB)’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8일 한국교통안전공단(공단)은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국내 언론을 대상으로 ‘주행 중 비상 상황 대응 요령 시연회’를 진행했다.

공단이 분석한 의도하지 않은 가속의 원인으로는 ▲기계적 결함으로 인한 가속페달 고착 ▲가속페달 바닥 매트 걸림 ▲외부 물체(물병, 신발, 물티슈 등) 끼임으로 가속페달이 복귀되지 않는 경우 ▲전자제어장치(ECU) 소프트웨어 오류 등이 언급된다.

▶ [제공=한국교통안전공단]

급발진이 발생했다면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를 위해 공단은 ▲페달 오작동을 막기 위한 운전석 정리 정돈 ▲엑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를 혼동하지 않도록 두 발로 브레이크 페달 밟기 ▲변속 기어 중립(N)으로 변경 ▲시동 끄기 ▲EPB 적극 활용을 권고했다.

이날 시연은 내연기관차·전기차 등 다양한 차량을 대상으로 진행했으며, 공단은 정지 중 급가속 및 주행 중 급가속 등 다양한 상황에서 대처 요령을 선보였다. 가령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은 상황에서 EPB만 활용해도 차량이 멈추는지 확인하는 식이다.

특히 공단은 EPB를 적극 활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EPB란 ‘P’라고 적힌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스위치)로, 이전 내연기관차에 탑재하던 ‘사이드브레이크’ 역할을 맡고 있다. 변속기의 ‘P단’ 또는 발로 밟는 ‘기계식 주차 브레이크’와 별개이며,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탑재한 이중 장치다.

▶ [제공=한국교통안전공단]

공단이 EPB 활용을 강조하는 이유는 가장 빠르고 쉽게 대처할 수 있어서다. 자동차 시동을 끄는 방식은 차량마다 상이하다. 전기차의 경우 시동이 꺼졌는지 인식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또 기계식 브레이크에 이물질이 끼어 있다면 감속력은 떨어진다.

EPB는 기계식 브레이크와 독립적으로 작동한다. 브레이크 페달이 말을 듣지 않더라도 활용할 수 있는 예비장치인 것. 또한, 제조사마다 위치가 다를 수는 있으나 EPB는 운전자 손이 닿는 곳에 위치한다. 즉각적으로 당길 수 있어 활용이 용이한 장점이 있다.

자동차가 ‘전자기기’화 되기 전엔 사이드 브레이크의 활용도가 높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자동 변속기를 탑재하고 ‘오토홀드’ 모드를 기본 적용하는 등 운전자 편의성을 고려한 자동차가 제작되면서 사이드 브레이크와 EPB의 활용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 공단의 설명이다.

송지현 중대사고조사처 처장은 “‘EPB’ 작동 관련 내용은 사용자 매뉴얼에 포함되어 있지만 매뉴얼이 상당히 두껍고, 방대해져서 운전자가 메뉴얼을 잘 숙지하지 못한다”며 “차량 판매 시 소비자가 인지할 수 있도록 별도로 안내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 [제공=한국교통안전공단]

EPB는 각 차량마다 작동법이 다르다. 이 때문에 매뉴얼을 읽고 사용법을 반드시 숙지해야 한다. 가령 EPB를 당겨야 작동하는 경우가 있는 반면, 버튼을 2~3초 눌러야 작동하는 방식도 있다.

급발진 사고를 줄이기 위해 각국 정부와 제조사 또한 노력을 이어간다. 유엔 자동차 안전기준 국제협의기구(UN WP29)는 어떠한 이유로든 브레이크 페달을 급격하게 밟으면 차의 출력을 줄이도록 하는 국제기준 제정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이외에도 급발진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연구 또한 지속한다.

권용복 한국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은 “본 시연을 통해 주행 중에 발생할 수 있는 비상상황으로부터 교통사고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제작자와 소비자 모두 권고하는 사항을 조치하고 숙지해주시기 바란다”며 “주행 중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비상 상황에 대한 안전대응 및 안전조치 방안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소비자와 제작자에 권고해 교통사고 예방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 [제공=한국교통안전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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