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까지 전국서 95만 가구 정비사업 전망

공사비 갈등 여전…대조1구역 공사 중단 사태도

공사비 증가에 따른 분담금 등 문제는 걸림돌

▶ 서울 강동구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 모습. [제공=연합뉴스]

정부가 준공 후 30년이 지난 아파트는 안전진단 없이도 재건축에 착수할 수 있도록 규제 완화에 나서면서 재건축 사업 기간이 최대 5~6년 단축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시장 침체로 인해 얼마나 정책 효과를 거둘지는 의문이다.

1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전날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방안’(1·10 부동산대책)을 내놨다. 준공 30년이 도래한 주택에 대해 재건축 추진위원회 구성을 허용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현재는 재건축을 시작하려면 안전진단 위험성 평가에서 D~E등급을 받아야 재건축 추진위원회나 조합을 만드는 재건축 절차에 착수할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30년 이상 아파트의 경우 안전진단 이전에 정비계획 수립과 추진위원회 구성, 조합설립 등 재건축 절차를 진행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이 경우 재건축 기간이 최대 3년 단축되고 서울의 경우 신속통합기획까지 적용하면 사업 기간이 최대 6년 가량 단축될 것으로 봤다.

여기에 재개발 때 30년 넘은 건물이 전체의 3분의 2 이상 ‘노후도 요건’이 66.6%를 충족해야 사업에 나설 수 있었지만, 이제는 60%로 완화된다. 주변에 신축 빌라가 있으면 재개발 추진이 불가능했던 지역도 일부 허용 범위 내에서 사업 추진이 가능해진다.

이번 재개발·재건축 제도 개선으로 2027년까지 4년간 전국에서 95만 가구(재건축 75만 가구·재개발 20만 가구)가 정비사업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정비사업 패스트트랙은 주택공급을 활성화하는 데 일부 기여할 수 있지만, 현재 시장 상황에서는 집을 사려는 수요가 적어 정책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은 문제로 남아 있다.

실제로 높아진 공사비로 인해 안전진단 규제를 건너뛴다고 해도 재건축에 나서는 단지가 많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다. 앞서 지난해 11월 서울 노원 ‘상계주공5단지’ 조합원들은 시공사인 GS건설과 공사비 문제로 갈등을 빚다 결국 계약을 해지했고 시공사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또 서울 강북구 재개발 단지인 은평구 ‘대조1구역’의 경우 최근 공사비 갈등으로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지난해 11월 31일까지 1년 2개월가량 공사를 진행해왔지만, 공사비 1800억원을 받지 못해 공사 중단을 결정했다.

공사비 갈등뿐만 아니라 부동산 시장 침체로 분양마저 얼어붙은 상황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주택사업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지난해 12월 대비 올해 1월 전국 아파트 분양전망지수는 69.9에 그쳤다. 이 지수가 100 미만이면 부정적으로 전망하는 사업자가 더 많다는 의미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당장 재건축 규제가 완화된다고 해서 시장 환경이 받쳐주지 못한 상황에서는 재건축 단지가 크게 증가하진 않을 것 같다”며 “건설사들이 재건축 단지들도 선별 수주를 하고 있는 만큼 공사비 증가에 따른 분담금 등의 문제가 더 큰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또 “일부 난개발을 우려하기도 하지만, 단순히 노후 주택을 방치하는 것보다는 일부 개발을 통해 도시정비에 나서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며 “민간하고 공공하고 같이 진행하는 신통기획이나 신탁방식을 활용하면 비용을 줄일 수 있어 향후 이런 사례가 많이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 역시 “재건축 진입문턱 완화로 리모델링보다는 재건축 선호현상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면서도 “시장 침체로 인해 사업성이 좋은 단지 등에서는 효과를 보겠지만, 그렇지 않은 지역에서는 비용부담을 이유로 재건축 사업이 드라마틱하게 늘어나진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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