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 주요국 전기차 보급 목표 조절 나서
주요 자동차 제조사 전동화 계획 연기 발표
하이브리드 강자 현대차…반사이익 효과 기대

미국, 유럽 등 주요 자동차 판매국이 전기차 보급 목표치를 낮추면서 전기차 속도 조절론은 현실이 됐다. 그러나 전기차를 ‘게임체인저’로 선택한 현대자동차·기아의 전망은 밝다. 친환경차 보급 목표에 따라 하이브리드 판매량 증가가 예고됐기 때문이다. 현대차·기아는 2.5L 가솔린 하이브리드 엔진 등 내연기관 연구개발(R&D)도 착실히 이어가고 있어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반사이익을 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7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행정부는 배기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전기차 보급을 늘리는 계획을 완화할 예정이다.
전미자동차 노조가 선거를 앞두고 전기차(EV) 판매 목표를 늦추도록 압박하고 있다. 이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오는 2030년 미국 내 EV 판매 목표 비중을 67%에서 40~50%로 재설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향후 미국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더라도 전기차 전환 속도는 늦춰지게 된 셈이다.
전기차 속도 조절론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독일 등 유럽에서는 전기차 보조금을 감축하고 있다. 프랑스는 고소득자 대상으로 전기차를 구매할 때 지급하던 구매 보조금을 20% 삭감했다. 독일의 다수당인 유럽국민당(EPP)은 유럽연합(EU) 의회 선거를 앞두고 ‘2035년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법안을 폐기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실제로 전기차 판매는 둔화하고 있다. 시장 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올해 전기차 판매량이 1675만대로, 전년 대비 19.1%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는 이어지겠지만, 중국의 경기 침체와 시장 포화, 유럽의 보조금 감축 및 강력한 탄소 규제,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강화 등으로 성장률이 다소 둔화할 것이란 예측이다.
이에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들도 발맞춰 전기차 판매 목표를 수정하고 있다. 2025년까지 전기차 판매 비중을 50%로 맞추겠다던 메르세데스-벤츠는 계획을 5년 늦췄다. 포드는 120억달러(16조원) 규모의 전기차 투자 계획 발표를 연기했다.
대안으로 떠오른 건 하이브리드다. 내연기관차보다 배기가스 배출은 적어 각국의 환경 규제에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포드는 이미 하이브리드 생산을 4배 늘리기로 했다. 2030년까지 전기차 100% 전환을 약속했던 제너럴 모터스(GM)는 판매 라인업에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를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폭스바겐은 대표 차량인 골드, 티구안, 파사트 등에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추가한다.
전기차를 ‘게임체인저’로 지목했던 현대차·기아에게도 이는 호재다. 현대차는 글로벌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기술력이 앞선 제조사로 평가받고 있어서다.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 중 하이브리드를 주력 파워트레인으로 판매하는 곳은 토요타, 혼다 등 일본 제조사와 현대차·기아가 사실상 전부다. 2010년대 초 미국과 유럽 제조사는 PHEV 모델을 주력으로 연구개발했는데, 판매 부진으로 투자를 사실상 중단했었다.
특히 현대차·기아는 미래 먹거리인 전기차 이외에도 하이브리드 연구개발을 꾸준히 해온 제조사다. 최근엔 연비가 향상된 1.6L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신차에 탑재했다. 2.5L 가솔린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등의 연구개발 소식도 들린다. 해당 파워트레인은 이르면 2025년께 양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현대차·기아는 하이브리드 판매 목표를 늘린다. 지난해 현대차·기아의 하이브리드 판매량은 69만6380대였는데, 올해는 20만대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구자용 현대차 IR 담당 전무는 4분기 컨퍼런스콜을 통해 “지난해 9%였던 현대차 하이브리드 비율은 올해 11%로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정용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전기차 시장 둔화로 대체재인 하이브리드차 시장이 주목받으면서 현대차의 유연한 포트폴리오 효과가 극대화되고 있다”며 “HEV가 부각 받는 시장으로 전환되면서 주요 차종의 하이브리드차 비중 확대를 통해 친환경차 시장 대응이 용이해졌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