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지난해 전기차 판매 감소…전 세계서 유일

“향상된 전기차 경험 유도”…각 사 전략 고민

현대차 ‘주행거리·충전 시간’ 초점…소비자 경험↑

1억원대 달하는 수입차…자체 할인 판매로 유인

▶ <{아이오닉 5}>[제공=현대자동차]

전기차 판매 전략 서막이 올랐다. 현대자동차는 ‘아이오닉 5’의 성능과 편의기능을 대폭 강화해 소비자 경험을 향상시키고, 향후 전기차 구매를 고민하도록 유인한다는 방침이다. 여타 브랜드는 전기차 라인업을 강화하며 가격을 대폭 낮추는 등 경쟁에 돌입한다.

4일 현대차는 3년 만의 상품성 개선 모델 ‘더 뉴 아이오닉 5(아이오닉 5)’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아이오닉 5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적용해 만든 현대차의 대표 전기차다. 출시하자마자 현대차의 헤리티지 차량인 ‘포니’를 오마주한 것으로 화제가 됐으며, 당해 각국의 ‘올해의 차’ 상을 휩쓸며 ‘현대차는 전기차 잘 만드는 브랜드’라는 인식을 만드는 계기를 제공한 차다.

더 뉴 아이오닉 5는 가격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주행거리는 늘리고, 편의사항 등을 대거 탑재해 상품성을 큰 폭 개선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우선 배터리 용량은 기존 77.4kWh에서 84kWh로 늘어나며 1회 최대 주행가능거리도 458km에서 485km로 증가했다. 또 배터리 용량이 늘었음에도 10~80% 초급속 충전 기간 속도가 18분 이내로 기존 모델과 동일하다.

승차감과 안전 성능도 대폭 강화했다. 차속과 노면 상태에 따라 타이어에 다르게 전달되는 주파수를 활용, 노면에서 올라오는 진동을 완화하는 ‘주파수 감응형 쇽업소버’를 적용했다. 또 차체 하부 등 강성을 강화하고, 에어백 등을 추가해 안정성과 정숙성을 챙겼다.

내부는 인테리어를 대폭 강화했다. 헤리티지 브라운 등 고급스러운 신규 색상 6종을 추가했을 뿐만 아니라, 문제점으로 지적 받던 공조 장치 물리버튼 등을 추가해 편의성을 높였다. 또 운전석을 휴식 공간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돕고, 운전대 등에 디테일을 추가해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 <{개선된 더 뉴 아이오닉 5 실내}>[사진=박성호 기자]

큰 폭의 상품성 개선을 이뤘음에도 가격을 동결한 건 침체된 전기차 시장 분위기와 유관하다는 분석이다. 자동차 데이터 분석 기관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16만2593대로 전년 대비 1.1% 감소했다. 전 세계에서 전기차 속도 조절론이 현실화되고 있지만, 전기차 판매량이 감소한 건 우리나라가 유일했다.

특히 올해 국내 자동차 시장은 경기침체 및 고금리로 인한 자동차 판매 위축이 예고됐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올해 내수가 전년 대비 1.7% 감소한 171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주요 전동화 모델의 신차출시에도 불구하고 경기부진으로 인한 가계 가처분소득 감소, 고금리 등이 신규수요를 제한할 것이란 분석이다.

현대차는 대표 모델의 상품성 개선을 통해 전기차 판매 확대보다는 전기차 인식 제고를 노리는 전략을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아이오닉 5 1만6625대를 판매한 현대차는 올해 18.8% 줄어든 1만3500대를 판매 목표로 내걸었다. 전기차 얼리어답터 대다수가 전기차 구매를 마친 이 시점에서 판매 감소를 최대한 상쇄하고, 전기차 인식을 제고하려면 압도적인 상품성을 바탕으로 한 전기차 사용 경험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 [제공=한국 딜로이트 그룹]

실제로 전기차를 많이 접한 소비자일수록 전기차에 대한 인식 제고가 이뤄졌다는 점은 통계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회계·컨설팅 회사 딜로이트의 글로벌 자동차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주요 전기차 소비국 중 중국이 가장 전기차에 대한 선호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인 약 1000명 중 33%가 다음 구입할 차로 전기차를 선택, 내연기관차(33%)와 비슷한 수치의 답변을 받았다. 중국은 전 세계 전기차의 60%을 구매 및 소비하는 국가다. 반면 주요 전기차 소비자 국가 대다수는 전기차 선호도가 10% 내외에 불과했다.

현대차는 전기차 판매 라인업 확대 및 전기차 가격 인하 전략도 이어간다. 이날 현대차는 연식변경 모델 ‘2024 코나 일렉트릭’과 디자인 패키지인 ‘아이오닉 6 블랙 에디션’도 함께 출시했다. 각 차량은 기존보다 상품성이 강화됐음에도 기존보다 100만~200만원 할인 판매한다. 기아는 이미 ‘EV 세일 페스타’를 실시, 모델별 100만~350만원의 할인을 제공하고 있다.

타 완성차 제작사도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에 맞춰 프로모션을 실시한다. KG모빌리티는 지난해 출시한 ‘토레스 EVX’의 국가보조금이 200만원가량 줄자 소비자에게 1년간 200만원 할인을 제공하기로 했다. 테슬라 역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적용된 테슬라 ‘모델Y’의 가격을 200만원 하향조정했지만 전기차 보조금이 300만원 이상 줄며 소비자는 가격 인하를 체감할 수 없게 됐다.

▶ <{i5}>[제공=BMW 그룹 코리아]

올해 전기차로 가장 타격을 입는 건 수입차 브랜드일 것으로 예상된다.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의 전기차는 1억원을 훌쩍 넘는 고가 차량인 탓에 경기침체 시 직접적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전기차 보조금 지급 기준이 5700만원에서 5500만원으로 낮아지는 등 고가의 수입차 브랜드에 비우호적인 환경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전기차 브랜드는 자체적으로 전기차 할인에 돌입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대표 차량 ‘EQE’를 트림별로 10~25%가량 할인 판매하고, ‘EQB’ 등 모델에도 할인을 적용한다. BMW 또한 인기 모델 ‘i5’와 대형 플래그십 세단 ‘i7’ 등 다양한 전기차를 1000만~2500만원 할인하고 있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올해 수입차 시장은 고환율·고물가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전기차 기피까지 겪고 있는 상황”이라며 “올해는 다소 어려운 환경임을 인정하고 여러 전략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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