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트잇’ 구조조정에 ‘캐치패션’ 돌연 서비스 종료
엔데믹 후 소비심리 위축…톱 연예인 기용 자충수로
너도나도 인건비·광고비 축소…수익개선이 최대 목표

국내 명품 플랫폼 상당수가 존망의 기로에 놓였다. 업체 대부분이 사업 초기 몸값이 비싼 톱 연예인을 광고 모델로 내세우며 출혈경쟁 벌였으나, 경기 침체 장기화로 고가품 소비가 타격을 입으면서 이 전략이 자충수가 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인건비 및 광고선전비 감축 노력에도 사업 환경은 여전히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코로나19 종식 이후 해외여행 재개 등으로 명품 소비채널이 다양해진 데다, 직접 온라인 사업에 뛰어드는 브랜드까지 생겨나면서 기존 플랫폼사들의 입지는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매출 및 수익성 둔화에 허덕여오던 주요 명품 플랫폼들이 재무 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해 구조조정에 나서거나 아예 사업을 종료하고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머스트잇은 약 두 달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받는 등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이 회사는 2021년 이후 적자가 지속되고 불경기 투자 유치에 실패하는 등 상황이 나빠지자 서울 강남구 신사동 소재 압구정 사옥을 매입 2년 만인 지난해 되팔기도 했다.
시장 점유율 4위를 달리던 캐치패션(법인명 스마일벤처스)의 경우 지난 3월부로 돌연 서비스를 중단했다. 사업 초기 성장세는 역시나 가팔랐지만 고질적인 적자 문제로 자금난에 시달렸고 결국 투자 유치에 실패하면서 영업을 종료하게 됐다.
무리한 광고모델 선정이 패착의 시작이었다. 명품 플랫폼 대부분은 광고 효과를 극대화하고 이미지 브랜딩을 위해 사업 초기 톱 연예인을 광고 모델로 내세워왔다. 김혜수, 조인성 등 고가의 인기 모델을 기용한 탓에 광고선전비 출혈이 상당히 컸지만, 이 전략이 제대로 성과를 내기도 전에 경기 침체가 오면서 투자비용을 온전히 거둘 수 없었던 것이다.
여기에다 코로나19 종식 이후 해외여행 재개로 명품 소비 채널이 다양해진 점도 악영향을 미쳤다. 명품을 온라인 대신 면세점에서 소비하거나 국내외 매장에서 직접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소비가 분산됐기 때문이다.
트렌비, 발란 등 플랫폼에서는 별다른 구조조정 움직임이 없지만 두 기업 역시 지난해 각각 32억원, 100억원의 영업적자에 머물러 안도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년 대비 수익 지표를 대폭 개선했으나 같은 기간 매출이 반 토막 났던 터라 감사보고서를 통해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대해 지적받기도 했다.
지금으로선 해외 진출로 돌파구를 찾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국내에서는 명품 브랜드들이 직접 온라인 사업에 뛰어들기 시작한 터라 향후 국내 시장 상황도 밝지 않기 때문이다.
명품 3대장으로 불리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와 구찌, 불가리, 디올, 불가리, 보테가베네타 등 한국시장에서만 온라인 자사몰을 운영하는 브랜드는 이미 수십 개에 달한다. 명품 플랫폼과 마찬가지로 온라인 시장을 공략하고 있지만, 브랜드 자사몰의 경우 가품 위험이 없고 품질 면에서도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기 훨씬 쉽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1~2년간 명품 플랫폼 대부분이 보여준 실적 추이는 비슷하다. 출혈 경쟁으로 매출을 대폭 늘리면 영업손실이 걷잡을 수 없이 심화하고, 마케팅이나 사업 투자에서 몸을 사리면 외형이 한 순간에 줄어들었다”라며 “명품 플랫폼 사업 자체가 아직 안정적이라고 장담할 수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주요 명품 플랫폼 중에서는 발란과 젠테 등이 해외시장 확대에 나서며 그나마 능동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약 3년 전부터 글로벌 시장 진출을 준비해온 발란은 최근 전 세계 151개국을 대상으로 한 ‘발란 닷컴’을 론칭했다. 현재 약 6000개 브랜드, 500만여개 상품을 취급하고 있으며 올해 해외 거래액 목표는 약 1000억원이다.
후발주자 젠테도 올해 하반기 글로벌 페이지를 열어 해외 고객들의 구매를 가능케 할 계획이다. 우선 젠테는 한국과 시장 상황이나 브랜드 선호도가 비슷한 미국, 중국, 일본 등을 위주로 공략해나갈 예정이다.
젠테는 유럽 현지의 7000여개 디자이너 브랜드 상품을 직거래하는 구조다. 자체 전사적 자원관리(ERP) 시스템인 ‘젠테포레’를 구축해 유럽 현지의 부티크들과 실시간으로 재고를 연동한다는 점이 이들이 가진 차별점이다. 이를 무기 삼아 향후 해외에 법인을 설립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