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진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회장. ⓒ한경협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는 것이 조심스러웠으나,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우리 경제가 글로벌 경쟁에서 활로를 찾아나가는데 미력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회장직을 맡기로 결심했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회장이 지난해 8월 취임 당시 전한 메시지다. 류 회장이 오는 22일 취임 1년을 맞이한다.

한경협의 '재계 맏형'의 위상 회복과 외연 확장이라는 중책을 맡아 힘써온 류 회장은 민간 경제외교와 회원사 소통 확대는 물론, 단체의 변화를 이끌며 재계 대변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55년 만에 한국경제인협회로 새 간판을 단 시점부터 조직 쇄신을 견인, 대내외 활동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특히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한경협을 국민으로부터 신뢰 받는 경제단체로 다시 세우는 과제를 풀어가는 중이다.

한경협의 전신이었던 전경련은 앞서 △1988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일해재단 자금모금 △1995년 노태우 전 대통령의 대선비자금 제공 △2002년 한나라당 대선 자금 차떼기 사건 등에 휘말려 고초를 겪은 바 있다.

2016년엔 국정농단 사태 당시에는 K스포츠와 미르재단을 위한 기업 후원금 모금을 주도한 사실이 드러나 정경유착의 몸통 취급을 받으며 추락했다. 당시 국민적인 지탄 속 재계 맏형의 자리를 대한상공회의소에 내주기도 했다.

류 회장은 국내 4대 그룹 총수들과의 친분이 깊어 기업들의 입장을 대변하기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취임 후 가장 먼저 '글로벌 싱크탱크형 경제단체'로의 도약 추진에 방점을 뒀다.

취임 한 달 뒤인 지난해 9월 첫 공식 국제행사인 '폴란드 크리니차 포럼'에 민간경제사절단 자격으로 참석해 우크라이나 재건과 방산·에너지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도 했다.

특히 윤석열 정부에서 해외 순방 사절단을 꾸리는 등 경제단체로의 재도약 시도 또한 류 회장 취임 후 달라진 점이다. 지난해 10월 첫 대외 행사로 중동 경제사절단 구성이라는 중책을 맡는가 하면, 그해 11월에는 영국 경제사절단을 모집을 주도적으로 추진, 경제단체 맏형 위상을 찾는데 공을 들이는 모습도 보였다.

올 초에는 일본 경제단체인 게이단렌과 한일 재계회의를 갖고, 한일 스타트업 육성과 한미일 3국 경제협력체 신설 추진, 한국의 포괄·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추진 등 한일관계 발전을 위한 초석을 다지기도 했다.

관심을 모았던 4대 그룹(삼성·SK·현대차·LG)의 재가입도 성과다. 2016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을 계기로 전경련을 탈퇴한 4대 그룹은 일부 계열사가 형식상 회원사로 합류하는 방식으로 한경협에 가입했다.

▶ 한경협 FKI타워 전경 ⓒ연합

최근엔 현대차가 회비를 납부했고 SK와 LG도 조만간 동참할 예정이다. 이 같은 4대 그룹의 복귀 배경에는 류 회장의 네트워크가 바탕이 됐다는 후문이다. 4대 그룹이 모두 회비를 납부하고 회원 활동을 재개한다면, 한경협은 7년 만에 최대 경제단체로서의 대표성과 위상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재계 시각이다.

앞서 지난 2월에는 포스코홀딩스, 아모레퍼시픽, KG모빌리티, 에코프로, 매일유업 등이 신규 회원사로 가입했다. 현재 한경협 회원사는 427곳에 달하며 네이버, 카카오, 하이브 등 국내 주요 정보통신(IT), 엔터테인먼트 기업들도 가입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단체 외형은 더욱 불어날 전망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류 회장은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한경협을 국민으로부터 다시금 사랑받고 신뢰받는 경제단체로 거듭날 수 있는 단체로 만드는 것이 숙제"라며 "진정성을 입증하는 과정 차원에서 각 주요 기업 그리고 산업의 글로벌 이슈 대응과 회원사 확대 등 여러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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