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신숙 수협은행장은 사내 '최초'라는 기록을 어디까지 써내려갈 수 있을까.
최초 여성 부행장, 최초 여성 행장까지 쉽지 않은 타이틀을 거머쥔 데 이어 이번에는 연임 기록을 '최초'로 도전하려 한다.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등 재무적 평가와 내부적 평가는 합격점을 받고 있지만, 지주사 전환을 위한 M&A 성과가 미진한 부분과 중앙회장의 의중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강신숙 행장을 포함한 6명이 '수협은행장 공개모집'에 지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원자에는 강 행장을 포함한 내부 출신인 신학기 수협은행 수석부행장, 박양수 수협은행 부행장, 김철환 전 수협은행 부행장 등이 있으며, 외부 출신으로는 양제신 전 하나은행 부행장, 강철승 전 중앙대 교수 등이다.
수협은행은 오는 12일 면접 대상자를 결정해 통보하고, 23일 면접을 거쳐 후보를 추천한다.
금융권 안팎에선 강 행장이 최초의 여성 행장이자 수협은행 최초로 연임 행장에 이름을 올릴지에 주목하고 있다.
강 행장이 취임 후 수협은행 실적이 크게 개선된 점을 고려하면 연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2년 11월 취임한 강 행장은 지난해 2376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해 수협은행의 가치를 한층 끌어올렸다.
올해 상반기에는 1857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올해 연간 목표인 3300억원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지난해 신용카드, 자산관리, 방카슈랑스 등의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공을 들이면서 비이자이익이 전년 대비 무려 83%나 성장하면서 비이자이익 강화에 성공했다.
이 같은 성과는 강 행장의 연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강 행장 취임 후 호실적이 이어지고 있을 뿐 아니라 고금리 장기화 등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환경 속에서 신용 리스크도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어 경영 역량을 충분히 입증했다는 것이다.
꾸준한 실적 개선으로 내부 임직원들의 강 행장에 대한 신뢰도 두터운 상황이다.
하지만 지주사 전환과 관련한 뚜렷한 결과물이 없는 점은 연임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강 행장은 취임 후 지주사 전환을 위해 미래혁신추진실을 신설, 산하의 M&A추진단을 분리해 M&A추진실로 격상시키는 등 지주사 전환에 만전을 기했지만, 상반기까지도 성과를 내지 못했다.
수협중앙회가 수협은행을 중심으로 지주사 전환을 위해서는 금융지주회사법 2조1항1호에 따라 1개 이상의 자회사를 확보해야 하는데, 수협은행은 자회사가 없어 M&A가 절실한 상황이다.
금융위원회로부터 지주사 인가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비은행 자회사 인수가 요구되는데, 그간 수협은행은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낮은 캐피탈사와 자산운용사 등의 인수를 타진했지만, 최종 단계를 앞두고 결국 무산된 바 있다.
아울러 일각에선 강 행장이 전임 중앙회장인 임준택 전 회장 체제에서 선임된 인물이란 점을 고려했을 때 노동진 현 회장의 의중이 연임에 있어 가장 큰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수협은행 행장추천위원회는 기획재정부, 해양수산부, 금융위원회가 추천하는 사외이사 3명과 수협중앙회 회장이 추천하는 2명 등 총 5명으로 구성되는데, 이 중 4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차기 행장 후보로 추천된다.
중앙회장이 추천한 행추위원이 2명인 만큼 노 회장의 입김에 따라 강 행장의 연임 여부가 갈릴 수 있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협은행이 지속 성장을 위해 지주사 전환에 큰 공을 들이고 있는 만큼 차기 행장 선임에 있어서는 지주사 전환을 확실히 이뤄낼 수 있는 인물을 최우선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