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에 조기 인사 바람이 불고 있다. 예년보다 두어달 빠른 '깜작 인사를' 실시한 DL이앤씨와 SK에코플랜트가 대표적. 두 회사는 고위 임원 중심으로 과감한 인적쇄신 및 조직 개편을 단행하며 선제적으로 위기 대응과 미래 전략 수립에 나서는 모습이다. 

▶ 박상신 DL이앤씨 신임 대표ⓒDL이앤씨
▶ 박상신 DL이앤씨 신임 대표ⓒDL이앤씨

21일 업계에 따르면 DL이앤씨는 작년보다 두 달 가량 빠른 이달 초 정기 임원 인사를 진행했다. 신규 선임 임원은 총 6명으로, 지난해 9명 대비 승진 임원 수가 줄었다. 지난 3월 전체 임원의 3분의 1이 물러나는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한 터라 하반기 정기 인사에는 임원 선임 규모가 소폭이나마 늘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DL이앤씨는 이를 더 줄였다.

그만큼 올해 회사 사정이 안좋았기 때문이다. DL이앤씨의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935억원으로 전년 대비 거의 반토막이 났다. 실적 부진이 이어지자 연간 가이던스도 연초 5200억원에서 최근 2900억원으로 44.2% 가량 낮춰 잡았다. 

수장이 잇따라 바뀌는 어수선한 상황도 이어졌다. DL이앤씨는 올해 무려 3명의 사장이 교체됐다. 마창민 대표이사 사장이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를 거쳐 연임에 성공했으나, 불과 열흘 만에 자리에서 물러놨다. 이후 LG전자 출신의 서영재 사장이 취임했으나 두 달 만에 사임했다.

바통을 이어받은 박상신 신임 사장으로선 실적 개선 못지 않게 내부 안정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였다. 취임한지 불과 두달 만에 과감한 인적 쇄신에 나선 것도 바로 이 같은 이유 때문으로 분석된다. 

DL이앤씨는 이번 인사에 대해 "글로벌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주요 사업 분야의 업황이 악화되는 만큼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일의 본질을 제대로 알고 시장과 고객의 눈높이와 기대보다 더 높은 기준으로 업을 수행할 수 있는 인재를 발탁했다"며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과감하게 주도할 수 있는 인재를 전진 배치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덧붙였다.

▶ 김형근 SK에코플랜트 새 대표이사 [제공=SK에코플랜트]
▶ 김형근 SK에코플랜트 새 대표이사 [제공=SK에코플랜트]

SK에코플랜트도 지난 17일 기존 임원 17명이 물러나고, 신규 임원 2명이 승진하는 과감한 인적 쇄신을 단행했다. 연말 SK그룹 정기 인사와는 별개로, SK에코플랜트 역시 DL이앤씨와 마찬가지로 평년 보다 두어달 가량 빠르게 정기 임원 인사를 진행했다. 이번 인사로 SK에코플랜트 전체 임원수는 종전 66명에서 51명으로 20% 이상 줄어들었다. 

조직개편도 이뤄졌다. SK에코플랜트는 반도체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하이테크사업 조직을 신설했다. 또한 미래 핵심산업인 AI 데이터센터 시장 선점을 위해 에너지사업 조직은 별도 독립됐다. 다음달 그룹 내 반도체 가공·유통업체 에센코어와 산업용 가스회사인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를 자회사로 편입한 데 따른 것이다. 한때 주력 사업이었던 건축·토목·플랜트 수행조직은 솔루션사업 조직으로 통합했다. 

건설 사업을 비중을 줄이고, 환경·에너지 사업을 확대해 수익 구조를 다양하게 가져가고 미래 사업 기반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는 오는 2026년을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SK에코플랜트의 최적의 사업 재편이라는 평가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수익성과 안정성을 확보함으로써 질적 성장체계 구축을 완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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