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터리 업계가 오는 5일(현지 시간) 치러지는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가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미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직격탄을 맞은 상황에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지를 예고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어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 기조를 계승해 IRA 정책을 포함한 에너지 안보와 기후변화 정책을 펼칠 전망이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IRA에 따른 세액공제 혜택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IRA 관련 혜택 축소, 미국 전기차 수요 위축, 관세율 인상에 따른 비용 증가 등 측면에서 국내 배터리업계의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IRA 혜택을 받기 위해 미국에 대규모 공장을 건설하며 적극적인 투자를 지속해왔다.

전기차 수요 둔화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IRA의 주요 인센티브 조항 중 하나인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AMPC)는 최근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수익성 부진을 보완해주고 있다. 국내 배터리 3사가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에 반영한 AMPC 효과는 1조2939억원으로 3사 합산 영업이익의 40.2%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2024년 상반기 인식 금액은 8417억원으로 이를 제외할 경우 올해 상반기 국내 배터리 3사는 합산기준 733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 3분기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7% 줄어든 4483억원으로 AMPC 금액 4660억원을 제외하면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삼성SDI 3분기 실적에 반영된 AMPC 금액은 103억원이다. 삼성SDI는 AMPC 규모가 내년부터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현재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AMPC 의존도가 상당한 가운데 최근까지 트럼프 대세론이 확산하면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업황 부진 국면에서 AMPC 수혜까지 소멸된다면 수익성 부진이 심화할 우려도 제기된다.

다만 업계는 트럼프가 당선되더라도 현실적으로 IRA를 전면 폐기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설사 IRA 보조금을 축소하더라도 국내 배터리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현재의 우려는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IRA 시행 이후 K-배터리 기업들이 미국 내에서 일자리 창출과 지역 경제 활성화, 미국 완성차 업체의 미래 경쟁력 등에 실질적인 기여를 해온 만큼 정책 변화 과정에서 이 같은 요소가 고려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다.

K-배터리 3사도 주요 완성차업체(OEM)와의 계약 과정에서 IRA 보조금 축소 또는 폐지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IRA 보조금은 전격적인 철폐보다 수혜 범위의 변경 등의 형태로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 "트럼프가 당선돼 상하원을 장악해도 이미 공화당 하원 의원 18명과 의장이 IRA 폐지 반대 의사를 공식화한 상황에서 IRA를 전면 부정하는 반대입법은 불가능하다"며 "IRA 보조금이 살아있다면 미국 시장의 업황 개선은 진행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민주·공화당 양당 모두 2차전지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중국 견제 정책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은 국내 업체들의 미국시장 내 우수한 입지를 지지하는 요인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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