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플의 인공지능(AI) 야심작 애플 인텔리전스가 내년 상반기 등장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이를 기반으로 한 아이폰 수요 증가에 따라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도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아이폰에 탑재되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를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공급하고 있어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내년 상반기 애플 인텔리전스를 통해 진화된 음성비서 시리를 전격 공개할 예정이다. 진화한 시리는 아이폰 운영체제(iOS) 18.4와 애플 인텔리전스를 기반으로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화면을 자체적으로 인식하고 작업 등을 수행한다. 지원 언어는 영어, 한국어, 중국어, 프랑스어 등으로 확대된다.
당초 애플 인텔리전스는 지난달 말 공개 당시 강점을 내세우지 못하면서 시장의 아쉬움을 남겼다. 이후 내년 초 iOS 업데이트를 통한 본격적인 애플 인텔리전스 서비스 제공을 예고하면서 기대감이 확대된 상황이다.
애플 인텔리전스는 2024년 10월 iOS 18.1 업데이트를 통한 텍스트 내용 요약, 사진 내 원하는 부분 제거 등의 기능을 시작으로 2024년 12월 iOS 18.2 업데이트를 통한 챗GPT와의 통합, 이미지 묘사, 커스텀 이모티콘 생성 등의 기능을 순차 제공할 전망이다.
내년 로드맵은 2025년 상반기 내 iOS 18.3, 18.4 업데이트 등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상반기 업데이트에서는 소소한 기능 업데이트와 함께 시리의 화면 인식을 통한 자동 앱 작업 요청, 언어 지원 확대 등이 탑재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내년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올해 대비 6% 증가한 13억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내년 아이폰의 예상 수요는 2억2000만대 수준으로 기대된다. 올해 아이폰 출하량이 1억 중후반대 수준임을 감안하면 약 2배에 달한다.
아이폰 출하량 증가에 OLED 디스플레이를 공급 중인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의 국내 기업도 수혜가 기대된다. 중국 BOE 등의 경쟁사가 애플 주요 공급사 자리를 두고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국내 디스플레이 기업과의 격차가 존재한다는 판단에서다.
또 내년 상반기 예정된 애플의 신제품 보급형 스마트폰 아이폰 SE4 출시도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에 긍정적이다. 애플이 OELD 탑재량 증가를 목표로 내년부터 보급형인 SE 시리즈에도 액정표시장치(LCD)가 아닌 OLED 패널 채용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공급 물량 증가도 점쳐진다.
한편, 올해 상반기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의 OLED 매출은 성장세를 기록했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가 발표한 ‘디스플레이 주요 통계’에 따르면 국내 디스플레이 기업의 상반기 매출액은 지난해 상반기 163억 달러 대비 14.6% 증가한 187억 달러다.
디스플레이 업계 매출액 증가는 중대형 분야의 태블릿, 노트북 등 정보기술(IT) 매출이 전년 동기비 79.0% 증가한 46억 달러를 기록하면서 견인했다. TV는 30.6% 증가한 24억 달러 수준의 매출을 냈다. 다만 스마트폰 매출액은 전년 동기비 2.3% 감소한 100억 달러를 기록했다.
시장별로 보면 OLED 시장에서 전년 동기비 13.7% 증가한 147억 달러의 매출을 냈다. LCD는 17.7% 오른 40억 달러다.
특히 중국과 미국의 OLED 온도차가 극명했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의 점유율이 확대되면서 자국산 OLED 확대로 국내 기업의 중국 스마트폰향 OLED 물량은 4%포인트 감소한 14%로 집계됐다. 중국을 제외한 미국 등 글로벌 시장 공급률은 82.6%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이 기술 격차를 좁히기 위해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노력 중인 것은 맞지만, 단기적으로 기술력을 따라잡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중국 제품 특유의 내구성에 대한 고민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