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공=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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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환율 급등이 겨울철 수요 증가와 맞물려 석유, 가스 등의 수입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국내 에너지 비용 증가와 물가 상승을 부추길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비상계엄 선포와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이라는 일련의 정치적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지난달 중순 원-달러 환율이 급격히 상승했다. 비상계엄 선포 직후부터 원-달러 환율은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며 1달러당 1400원에서 1430원 수준으로 치솟았고, 현재는 약 1460원 수준으로 높은 환율이 지속되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KEEI)이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평택시병)에게 제출한 ‘정치적 불안전성이 에너지 시장에 미치는 영향’ 분석 자료에 따르면 비상계엄 선포로 비롯된 국내 정치 불안정성에 따른 환율 급등이 겨울철 석유·가스 등 에너지비용 부담을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원유 공급의 해외 의존도는 99.9%에 달한다. 국내 석유시장은 국제 시장의 수요·공급, 지정학적 리스크 등 외부 충격에 주로 반응해 국내 정치적 불안정성의 시장 영향은 제한적이다.

다만 원유 수입 및 석유제품 수출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정치적 불확실성 증가로 인한 환율 상승은 국내 석유시장에 일정 수준의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연구원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환율 급등이 원유수입액 증가를 초래할 수 있다"며, "예상치 못한 수요 변화의 가능성과 원유거래에 필요한 시간을 고려할 때, 정치 불안정성으로 인한 급격한 환율 변화는 단기적으로 국내 석유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연구원은 기업들의 원유거래 방식중 하나인 현물계약은 장기계약보다 환율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원유 구매후 정제까지 최소한 한달 이상 걸리는 만큼 환율 변화가 시차를 두고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가스 시장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한국은 천연가스 수입 안정성 확보를 위해 해외 에너지기업들과의 다자간 계약 및 국가 간 협정을 통한 장기적이고 구조화된 계약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급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가격에는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연구원은 "환율 급등에 따른 LNG(액화천연가스) 도입 비용 상승은 가스 소비자의 에너지 비용 부담을 늘릴 뿐만 아니라 산업계의 생산 비용을 늘리는 등 간접적인 파급 효과가 초래된다"며 "우리나라 LNG 수요는 겨울철에 급증하는데 한국가스공사는 이 시기에 현물시장을 통해 상당한 물량을 조달한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해 기준 국내 LNG 수입 중 약 33%가 현물 거래를 통해 이뤄졌고, 그 중 38%가 12월부터 2월까지 겨울철에 집중됐다"며 "겨울철 수요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해 현물시장을 통한 조달 전략을 채택하고 있지만 이런 조달 체계로 인해 가격 리스크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가 자국 영토를 통한 러시아산 천연가스의 유럽 공급을 지난달 31일부터 중단키로 하면서 유럽 천연가스 가격이 들썩이고 있는 것도 가스 수입가격을 높이는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연구원은 "환율 상승은 수입재 및 에너지의 가격을 올려 물가상승에 기여하고 물가상승으로 인한 소비 감소를 불러올 수 있다"며 "지금같이 물가가 높은 상황에서 추가적인 가격 상승은 소비 심리를 더 위축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획재정부는 "환율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품목별로 다른데 석유류는 바로 영향을 줄 수 있고, 다른 품목들은 1개월~3개월 정도의 시차를 두고 서서히 영향을 준다"며 "석유류 물가가 환율 상승, 그리고 전년도 하락에 따른 기저 효과, 유류세 인하율 변화 등으로 상승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12·3 사태 이후 환율 강세와 맞물려 에너지와 장바구니 물가도 치솟고 있다. 지난달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3개월간 연속 하락했던 석유류 가격은 12월 반등(1.0%)했다. 전년 동월대비 가격은 휘발유는 2.9%, 자동차용LPG는 8.9%, 취사용LPG는 4.3% 올랐다.

김현정 의원은 "계엄령 선포이후 국제 투자은행들이 원달러 환율이 적어도 올 9월까지 1500원에 달하는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하면서 국제 에너지값 하락에도 국내 에너지비용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에너지 투입이 많은 산업부문의 설비투자 위축은 물론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이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면서 "최근 에너지비용 증가 원인으로 꼽히는 정치 리스크 최소화를 위한 탄핵과 단죄가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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